9.11테러·파리테러범이 순교자?…독일 '순교자'展 논란

입력 2017-12-05 16:06 수정 2017-12-05 16:23
전 세계 곳곳에서 파리 테러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AP뉴시스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고 있는 '순교자'전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 인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 목사, 잔 다르크 등과 함께 9.11테러범과 파리 동시다발테러범도 '순교자'로 규정해 전시해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는 덴마크의 한 예술집단 '호랑이의 또 다른 눈(The Other Eye of the Tiger)'이 기획한 것으로, 지난해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처음 열렸을 당시에도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당시 덴마크 문화장관는 이 전시에 대해 "미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베를린 전시의 내용은 지난해 덴마크 전시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신념을 위해 목숨을 버린 20명의 사진 또는 그림과 설명 등과 함께 이들을 상징하는 물품들을 소재로 한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문제는 '순교자'로 9.11테러범 중 한 명인 모하메드 아타, 2015년 파리동시다발 테러 당시 바탈클랑 극장에서 총기를 난사하고 폭탄을 터트려 90명을 살해한 범인 3명 중 한 명인 이스마엘 오마르 모스테파이가 킹 목사 등과 나란히 전시돼 있다는 점이다. 모스테파이 코너에는 바타클랑 극장 입장권도 전시돼 있다.

사진=가디언 캡쳐

4일(현지시간)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주독일 프랑스 대사관 측은 "깊은 충격을 받았다"며 유감을 나타냈다. 대사관은 성명에서 "예술적 창조의 자유를 존중하지만, 순교와 테러리즘을 혼돈한 것에 대해서는 강하게 비난한다"고 밝혔다. 베를린 시 당국은 이 전시에 재정적 지원을 제공하지 않았으며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주최 측은 '순교'란 용어를 좀더 넓게 바라보려 했다면서, 그 어떤 폭력 또는 테러리즘도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또 전시에 포함된 '순교자'들은 국가, 종교, 기관들이 규정한 것이지 예술가들이 독자적 판단으로 순교자로 평가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