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억류됐다 혼수상태로 돌아온 뒤 6일 만에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모가 북한을 향한 ‘복수’에 나섰다. 미 의회전문지 ‘더 힐’은 4일(현지시간) 웜비어의 부모가 로비스트를 고용해 미국 정부에 대북 제재 수위를 높이라는 압력을 넣었다고 보도했다.
프레드와 신디 웜비어는 지난달 10일 로펌 맥과이어우즈의 로비회사인 맥과이어우즈컨설팅에 의뢰해 “대북 경제제재를 추가하고,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도록” 로비를 벌였다. 로비의 직접적 결과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트럼프 정부는 그로부터 열흘 뒤인 20일 약 9년 만에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했다. 이튿날에는 북한 해운회사와 중국 무역회사 등에 대한 추가 제재안도 발표했다.
미 재무부, 백악관, 국무부, 맥과이어우즈 측은 로비스트와 정부 인사의 만남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았다. 반면 웜비어 부모는 성명을 통해 “우리는 북한의 손에 죽음을 당한 아들과 관련해 조언과 상담을 받기 위해 리처드 컬렌과 맥과이어우즈와 관계를 유지했다”고 밝혔다. 컬렌은 전직 버지니아주 법무장관 출신으로 맥과이어우즈의 경영진이다.
지난해 1월 관광차 북한에 간 버지니아주립대 3학년 웜비어는 평양 양각도 호텔에서 정치선전물을 훔치려 한 혐의로 체포됐다.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은 그는 북한에 억류된 지 18개월 만인 6월 13일 석방됐으나 이미 혼수상태였다. 결국 석방 6일 만인 같은 달 19일 미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병원에서 22살의 나이로 숨졌다.
북한 당국은 지난해 3월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은 웜비어가 식중독균인 보툴리누스 균에 감염돼 앓다가 수면제를 복용한 뒤 혼수상태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웜비어 부모는 아들이 북한에서 정신적, 신체적 학대를 당해 사망했다고 말한다. 미 의료진은 웜비어가 심각한 뇌손상을 입은 것은 확인했으나 신체적 학대에 의한 손상인지는 밝혀내지 못했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