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엄마들, ADHD약 공부 잘하는 약으로 먹인다? 사실일까?

입력 2017-12-05 14:35
사진설명 :인재근 국회의원실 발표 자료

지금까지 교육열이 높은 강남지역에서,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에 처방되는 약물을 ‘공부 잘하는 약’으로 쓰는 사례가 많다는 사실은 아는 사람은 다 그렇다고 믿는 소위 ‘강남 전설’이다.

2016년 10월 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모 국회의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인용해 2011년부터 2016년 6월까지 최근 5년 동안 ADHD 치료제 성분인 '메틸페니데이트'의 처방 건수는 약 10% 감소했으나, 만 16~18세에 해당하는 연령대에서는 모두 두 자릿수 이상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덧붙여 "ADHD 치료제가 '공부 잘하는 약'의 이름으로 오남용 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정부는 특정 연령대의 처방 급증 현상에 대한 원인은 물론 학업 스트레스 등 사회적 상황과 주의력결핍장애의 연관성에 대해 고민하는 등 청소년 건강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분석에 오류가 있다고 지적한다. 의원실에서 자료로 제시한 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중3(15.6억)-고1(14.2억)-고2(13.7억)-고3(7.9억)으로 오히려 대학입시가 다가오고 학년이 높아갈 수록 처방액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초등학교 저학년일수록 ADHD로 진단받은 환자수가 많았다. 이러한 자료는 메틸페니데이트가 학업증진을 위한 처방보다는 행동조절을 위해 주로 처방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또 식약처와 경찰청이 합동으로 프로포폴과 메칠페니데이트를 취급하는 업소를 대상으로 대규모 단속에 자주 나서지만 2010년 들어서는 단 한곳의 불법처방 건수가 없었다. 이는 우리나라는 아직도 마약청정국이며 메칠페니데이트 오남용에 대한 우려가 필요 없는 청정국이라는 것을 방증한다.

그럼에도 국내 ADHD 약물 오남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데는 언론의 보도태도와 정부당국의 정책방향의 영향이 한 몫을 담당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최근 수능시험을 맞아 일부 언론들이 일제히 ADHD약물 오남용과 관련한 선정적인 보도를 진행하기도 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이러한 일이 자녀에게 ADHD약을 먹이는 많은 부모들을 매우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전남 광주에 사는 ADHD부모인 장혁진(가명)씨는 “아이가 교실에서 다른 친구들을 방해하지 않도록 아이를 달래가며 약을 먹인다. 그런데 한 번씩 신문기사를 보면 가슴이 철렁하고 계속 약을 먹여야 하나 불안하기도 하고 자괴감이 든다. 오남용 예방도 좋지만 편견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ADHD 아이 부모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또 미국의 보건통계 전문가인 리차드 셰플러(UC버클리)은 다음 2가지 사항을 지적한다. 우리나라는 ADHD 관련 보험청구금액이 서울과 지방 사이에 10배 가까이 차이가 날 정도로 지방에 사는 아이의 ADHD치료 접근성이 낮다는 점과, 약 처방율이 전체 환자의 10퍼센트 이하에 이를 정도로(미국은 67퍼센트, 호주는 30퍼센트) 약에 대한 거부감이 높다는 점이다. 지방에 사는 저소득층 아동은 제대로 치료할 수 있는 기회가 없어질 우려가 있으며 이는 경제 불평등이 교육 불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농촌지역에서 기초학습 부진학생 비율이 높은 것은 이러한 치료접근성의 부족이 큰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관계당국은 데이터를 다시 검토해 보고 ADHD정책 방향을 오남용방지에서 지방의 치료접근성 증진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디지털기획팀 이세연 lovo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