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기대수명 82.4세, 건강수명 64.9세… 17.5년 ‘환자’로 산다

입력 2017-12-05 13:36

한국인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의 격차가 17.5년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래 살지만 노년에 ‘환자’로 지내는 기간이 길어진 것이다. 기대수명은 82.4세로 10년 전과 비교해 3년 이상 늘어났지만, 건강수명은 64.9세에 불과했다.

◇ 17.5년을 아픈 상태로 보내는 한국인

통계청이 5일 발표한 ‘2016년 생명표'에 따르면 지난해 태어난 아이의 유병기간을 제외한 기대수명, 즉 건강수명은 64.9년이다. 노년의 17.5년을 아픈 상태로 보내게 된다는 뜻이다. 유병기간은 여자가 20.2년으로 남자(14.6년)보다 길었다. 기대수명 대비 건강수명의 비율은 78.8%. 이 통계를 처음 작성한 2012년(81.2%)보다 2.4%포인트 줄었다. 수명이 길어졌지만 건강하게 사는 기간은 짧아졌다.

유럽연합(EU) 평균과 비교하면 한국 남자는 전체 기대수명의 81.6%를 건강한 상태로 보내 EU의 80.4%보다 높았다. 반면 한국 여자는 76.4%로 EU 평균(76.0%)과 유사했다. 주관적으로 판단하는 건강기대수명은 68.5년으로 건강수명보다 3.6년 더 길었다. 실제 아픈 상태인데도 주관적으로는 건강하다고 생각하며 보내는 기간이 3.6년이란 뜻이다.

이지연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수명은 더 늘어났지만 아프다고 하는 사람이 늘어났다"며 "사회조사 등을 보면 60세 이상 고령층이 병원에 가는 일수가 늘었고 초고령층의 요양병원 생활 기간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에 자주 갔더라도 감기 등이 경증이라고 생각하면 본인의 건강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답변이 가능하다. 유럽 등 선진국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지만 예전보다 스스로 건강하다고 느끼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 사망원인 1위, 여전히 암

지난해 태어난 아이가 암으로 사망할 확률은 21.3%였다. 사망 원인 중에서 가장 높다. 심장질환(11.8%) 뇌혈관 질환(8.8%) 폐렴(7.8%) 등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 출생아가 3대 사인(암·심장질환·뇌혈관질환)으로 사망할 확률은 남자 45.3%, 여자 38.8%로 남자가 더 높게 나타났다. 남자의 사망원인은 암(27.1%) 심장질환(10.1%) 폐렴(8.3%), 여자는 암(16.4%) 심장질환(13.0%) 뇌혈관질환(9.4%) 순이었다.

암과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확률은 전년보다 남자는 증가하고 여자는 감소했다. 뇌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확률은 남녀 모두 감소했다. 폐렴에 의한 사망확률은 전년보다 남자는 0.7%포인트, 여자는 0.5%포인트 상승해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암에 의한 사망확률은 40세 이후 연령이 많아질수록 남녀 모두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심장질환은 연령이 많아질수록 사망확률이 늘어났다.

지난해 출생아는 암에 걸리지 않을 경우 남자는 4.9년, 여자는 2.9년 더 살 수 있는 것으로 예측됐다. 심장질환에 걸리지 않으면 남자와 여자 각각 기대수명이 1.5년, 1.4년 늘어나고 뇌혈관질환에 걸리지 않으면 남녀 모두 기대수명이 1.1년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 60세 남성, 앞으로 22.5년 더 산다

지난해 출생한 아이의 기대수명은 82.4세였다. 1년 전보다 0.3년(약 4개월) 길어졌다. 남자 아이는 79.3년, 여자 아이는 85.4년까지 살 것으로 예측됐다. 남녀의 기대수명 격차는 6.1년으로 역대 최저다. 1년 전보다는 0.1년 감소한 것으로, 1985년(8.6년) 정점을 기록한 이래 계속 줄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과 비교하면 남자 아이의 기대수명은 1.4년, 여자는 2.3년 더 길었다. OECD 35개 회원국 순위로는 남자 15위, 여자 4위였다.

남녀의 기대여명은 전 연령층에서 길어졌다. 기대여명이란 특정 연령에 도달한 사람이 앞으로 더 생존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간을 뜻한다. 40세 남녀는 앞으로 각각 40.4년, 46.2년 더 살 것으로 예측됐다. 60세 남녀의 경우 22.5년, 27.2년 더 살 것으로 기대됐다.

지난해 태어난 아이가 향후 80세까지 생존할 확률은 남자 57.9%, 여자 78.4%였다. 이는 10년 전보다 남자 아이는 14.0%포인트, 여자 아이는 10.4%포인트 늘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