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사 잇단 고객돈 먹튀 사기 “대책 마련 시급”

입력 2017-12-05 13:20

여행사의 이른바 고객 돈 ‘먹튀’ 사고가 잇따르고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광주 서부경찰서는 여행사 투자 명목으로 돈을 빌린 뒤 갚지 않고, 여행 상품을 판매한 뒤 여행을 갈 수 없도록 한 혐의(사기)로 A(41·여)씨를 구속했다고 5일 밝혔다. 여행사 대표 A씨는 올해 초부터 최근까지 주변의 6명에게 투자금 명목으로 9억여원의 돈을 빌린 뒤 갚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30여명에게 5000만원 가량의 여행 상품을 판매한 뒤 출국 전날 고객의 추가 금액을 요구하는 등의 방법으로 여행을 갈 수 없게 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애초 빚을 안고 사업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며 “치열한 가격 경쟁에서 밀리며 경영이 악화됐고, 여행 상품을 판 돈으로 회사 빚을 갚거나 운영비를 충당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며 피해 규모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앞선 11월 광주 동부경찰도 회사 부도를 내고 고객들의 결제대금을 되돌려주지 않은 혐의(사기 등)로 여행사 대표 B(44)씨를 구속했다. B씨는 예비 부부 등 90여명으로부터 신혼여행 경비로 1억6000여만원을 챙긴 뒤 되돌려주지 않은 혐의다. 경찰 조사결과 B씨는 신혼여행 전문업체를 운영하면서 경영난에 빠지자 예비부부들로부터 받은 계약금, 항공권과 호텔 예약금을 회사 운영비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실을 모른 채 신혼여행에 나선 고객들은 현지에서 대금 문제로 귀국이 지연되기도 했다.

지난해 4월에는 해외항공권 구입 명목으로 받은 돈 1000여만원을 여행사 운영비로 사용한 여행사 대표 D(40)씨가 징역 2개월을 선고받았다. D씨는 여행사 운영자금이 없어 계약자들로부터 받은 돈을 자신의 회사 운영비로 사용하고 있는 형편이었다. 같은 해 1월에는 예비부부 60여명에게 신혼여행 경비 1억여원을 가로채고, 장애인의 명의로 받은 1억여원의 대출금도 갚지 않은 여행사 대표가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여행사의 투자금 또는 고객 돈 먹튀 사고는 자본금 규정의 완화와 여행사들의 난립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광주 지역에 등록된 국외여행사(일반여행업 포함)는 2014년 305곳, 2015년 323곳, 지난해 341곳에서 올해 현재 390여곳으로 크게 늘었다. 1억원에서 3000만원으로 국외여행업의 자본금이 줄어든 탓에 여행사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생존 경쟁이 치열해졌다. 적은 자본금으로 빚을 지고 사업을 시작한 업체들이 치열한 경쟁 때문에 경영이 악화돼 고객 돈을 운영비 등으로 충당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여행객들의 피해 사례가 늘고 있다.

국외여행사는 사고 발생이나 관광객 손해를 대비해 반드시 3000만원 이상의 공제영업보증보험에 가입하도록 돼 있지만 피해 금액이 이를 넘을 경우 전액 보상은 어렵다. 이 같은 피해를 막기 위해 여행업 진입 장벽을 높이고 행정기관과 관광협회 차원의 철저한 관리와 감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광주지역의 한 여행사 관계자는 “여행사들의 가격 경쟁이 소비자들에게 이득을 줄 수 있지만 반대로 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여행보증보험의 최소 가입금액이나 자본금 규정을 강화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