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어원은 3일 올해 3분기 표준국어 대사전 정보 수정에서 ‘미망인’이라는 단어의 뜻을 수정했다. 수정 전까지 표준국어 대사전은 미망인을 ‘아직 따라 죽지 못한 사람이라는 뜻으로, 남편이 죽고 홀로 남은 여자를 이르는 말’로 풀이했다. 일부 여성 단체는 “이 단어에는 남편이 죽으면 아내가 따라 죽어야 한다는 시대착오적이고 가부장적인 의미가 내재해 있다”며 불쾌감을 표시해왔다. 개정 후 미망인의 뜻은 ‘남편을 여읜 여자’로 바뀌었고, 각주에는 ‘아직 따라 죽지 못한 사람이라는 뜻으로 다른 사람이 당사자를 미망인이라고 부르는 것은 실례가 된다’라는 설명이 붙었다.
성적인 차별과 가부장적 의미를 담고 있었던 ‘미망인’의 뜻이 수정된 가운데, ‘미혼모’라는 호칭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어사전에 따른 ‘미혼모’의 뜻은 ‘결혼을 하지 않은 몸으로 아이를 낳은 여자’다. 한국 사회에서 ‘미혼모’라는 용어는 사회·문화·경제·정치적 요인들에 의해 깊은 영향을 받는다.
우리나라의 미혼모들은 임신으로 인한 사회적 낙인, 미혼부(未婚父)의 존재를 배제한 채 미혼모에게만 책임을 묻는 이중적 성규범, 분만 이후의 아기 입양 여부 그리고 사회 재적응 등의 어려운 문제를 개인이 혼자 책임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립국어원은 지난 2007년 발표한 ‘차별적-비객관적 언어 표현 개선을 위한 기초 연구 결과 발표’에서 ‘미혼모’ 개념이 모든 책임과 어려움을 여성에게만 돌리고 상대인 남성에 대한 명칭은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뜻이 바뀌기 전의 ‘미망인’과 같이 성차별적이고 양성 불평등적인 표현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이어 ‘미혼모’ 단어의 사용에는 문제가 있으나 바로 대안을 제시하기 어려워 앞으로 관련 단체나 전문가들이 협의하여 대안을 마련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한국 청소년 상담원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미혼모’라는 말이 갖는 부정적인 의미를 줄이기 위해 편모(偏母, single parent)라는 말로 호칭을 바꾸려는 운동을 진행 중이다. 또 영어권에서는 혼인 여부와 관계없이 한 사람이 아이를 양육하는 경우 한부모(single parent)라고 부른다. 미혼모보다 더 포괄적인 용어로, 혼인 여부와 관계없이 배우자와의 별거, 이혼, 사별이나 입양 등으로 부모 중 한 사람이 아이를 양육하거나 책임지는 경우를 뜻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미혼모’ 대신 ‘남편이 없이 자녀를 기르는 여자’인 싱글맘(single mom)이라는 용어도 자주 사용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서울시 인권위원회, 서울시 성평등위원회와 함께 6일 오후 2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국제회의장에서 ‘제111차 양성평등 정책포럼’을 공동 개최한다고 밝혔다. 포럼에서는 성정현 협성대학교 교수가 ‘미혼모 호칭에 관한 문제 제기와 제언’을 주제로 ‘미혼모’ 용어 자체 또는 명명법의 근거와 함의의 문제점’을 제기할 예정이다. 또 ‘미혼모’ 용어를 개선하기 위한 대안적 개념이나 용어 또한 제시할 예정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권인숙 원장은 포럼에 앞서 “미혼모라는 호칭이 쓰기 부담스러워 관련 정책을 추진하지 않는다는 정책담당자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며 “미혼모라는 호칭에 차별과 인권침해가 깃들어 있다는 주장이 있는 한편, 미혼모의 정치세력화에 유용하다는 반론도 있어오기도 했으나, 명칭의 정치적 효과와 개념적 유용성에 대한 심도 있는 공론의 장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포럼의 발표 내용을 통해 미혼모 호칭에 대한 토론과 합의를 통해 미혼모 대응 정책이 활성화되고, 새 방향을 모색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현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