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파일]“소아당뇨 지원책이 되레 국민부담 키워선 안 될 일”

입력 2017-12-05 11:12 수정 2017-12-06 17:05

최수봉 건국대학교 의과대학 명예교수

제1형 소 아당뇨병 환자들을 위한 정부측 종합대책의 얼개가 공개됐다. ‘문재인케어'로 불리는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중 하나다.

1형 소아당뇨 어린이들을 위한 종합대책은 인슐린 자동 주입기(인슐린펌프)와 연속 혈당측정기(CGM)를 건강보험급여 적용대상으로 편입시키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렇게 되면 학교나 유치원에서 소아당뇨 아이들이 혈당체크와 인슐린주사를 사용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줄어드는 이점이 있다.

문제는 이 기기들을 사용하는데 따른 보험자단체의 부담, 즉 보험재정의 부담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인슐린펌프 비용만 약 700만원에 이르는데다가 센서와 주사바늘 등 교체에 따라 소모성 재료비로 연간 780만여 원을 추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건강보험 급여대상에 연속 혈당측정기와 인슐린펌프주사기 및 주사바늘을 추가지정하기로 결정한 배경도 보험자단체와 소아당뇨 환자들의 이 같은 재정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기기 구입비 자체에 대해서도 다른 이식형·착용형 의료기기와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 이른 시일 내 건강보험급여 지원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반가운 소식이다. 소아당뇨 환자들에게 경제적으로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다만, 아직 정확한 지원금액이나 기기들에 대한 시장조사가 다 이뤄지지 않은 시점이긴 하지만, 값싼 국산 제품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지원 대상금액을 값비싼 수입산 기기 하나만을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는 점은 개선의 여지가 있어보인다.

바로 우리 국민의 혈세로 만들어지는 보험재정을 고가의 수입산 인슐린펌프 사용비를 지원하는데만 쓰이게 하는 잘못을 저지르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 시판되는 국산 인슐린펌프는 가격이 대당 200만원 선으로 700만원대의 수입산과 비교해 3분의 1도 안 될 정도로 저렴하다. 소모성 재료비도 월평균 5만원(CGM 소모품 비용 미포함)정도에 그쳐 큰 차이가 있다.

인슐린펌프의 크기와 무게도 수입산 인슐린펌프보다 작고 가볍다. 이는 국산 인슐린펌프가 수입산 제품에 비해 뭣하나 뒤질 게 없는 상태로, 국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얘기다.

어린 아이들이 쓰기에도 수입산보다 국산이 오히려 부담이 없다는 이야기가 환자들 입을 통해 나오고 있는 배경이다. 또한 기기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A/S 비용과 수리시간 또한 환자들에게는 국산 기기가 훨씬 유리하다.

여기에 그동안 장벽이 높았던 연속 혈당측정기에 대한 구입부담도 크게 줄었다. 정부가 수입 확인만으로 해외 의료기기를 구입해 사용할수 있도록 관련 절차를 개선하기로 한만큼 직구를 통해 연속 혈당측정기를 구입하면 훨씬 적은 비용으로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외국산 인슐린펌프를 사용 중인 국내 1형 소아당뇨 환자들도 이 방법으로 구입,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재 국내 소아당뇨 환자는 5000여 명에 이른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소아당뇨 환자가 2006년 인구 10만명 당 14.9명에서2016년 18.3명으로 늘었다. 이 추세가 그대로 이어진다면 소아당뇨 환자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형 당뇨를 앓고 있는 성인들도 이런 기기들은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인슐린펌프의 건강보험급여 지원대상에는 당연히 성인 1형 당뇨 환자들도 포함시키는 것이 옳다고 본다.

약 1400만여 원이나 하는 기기구입 및 유지비를 건강보험급여로 지원할 경우 다른 환자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말이다.

모름지기 의료정책을 펼 때는 인슐린펌프와 같은 최신 기기들을 사용함에 있어 모든 당뇨환자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나아가 국익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지원방안을 개발, 시행해야 한다고 본다.

새로운 급여확대정책으로 환자간 불균형이 새로이 형성되거나 더욱 악화되게 해선 절대 안 될 일이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