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블로그 서비스 ‘텀블러’(Tumblr)에 공유되는 미성년자 대상 음란물이 도를 넘고 있다. ‘지인 능욕’(일반인 얼굴에 알몸을 합성한 음란물)에 성매매, 심지어 강간 모의 글까지 등장했지만 외국 기업이라는 이유로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 상황이다.
최근 텀블러 이용자 A씨는 “OO중학교의 OOO다. 본인 동생을 제보한다”며 미성년자로 보이는 여성의 알몸 사진을 여러장 올렸다. 그는 자신이 오래 전부터 동생을 강간했다고 ‘자랑’하며 “개인 메시지를 보내면 (성관계를) 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덧붙였다.
이 게시물은 무려 9200여건이 넘는 ‘좋아요’를 받았다. 게시물을 공유하는 ‘리블로그’는 2200여건을 기록했다. 수천개의 댓글은 온통 “하고 싶다” “연락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4일 현재 원본 게시물은 삭제됐지만 A씨의 글과 사진은 이를 공유한 계정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텀블러는 ‘제 2의 소라넷’으로 변질된 지 오래다. 지난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시정, 삭제 요구를 받은 성매매·음란 관련 온라인 게시물은 8만1898건. 이중 58%(4만7480건)가 텀블러 게시물이었다. 올 상반기에는 비중이 더 늘어 78%를 차지했다.
문제는 미성년자들이 온라인 성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점이다. 텀블러는 가입 절차가 간단하고 성인인증이 필요없다. 이 때문에 미성년자들이 손쉽게 음란물에 접근하고, 또 음란 게시물을 생산할 수 있다. 텀블러 약관에는 “미성년자와 관련하여 성적 또는 폭력적인 내용이 포함된 게시물은 올리지 말라”고 명시돼 있지만 실제 콘텐츠 검열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방심위는 지난해 8월 텀블러에 “자율심의협력시스템에 참여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 당했다. 자율심의협력시스템은 도박, 마약, 아동포르노, 성매매·음란, 자살 등 명백한 불법정보에 대해 방심위가 자율규제를 요청하면 사업자가 직접 ‘정보 삭제’나 ‘계정 정지’ 등의 조치를 취하는 제도다. 올해 9월 기준 네이버, 페이스북, 트위터 등 국내·외 사업자 39곳이 참여하고 있다.
텀블러는 자사가 한국의 사법관할권이나 법률적용을 받지 않는다며 “텀블러는 성인 지향 내용을 포함해 폭넓은 표현의 자유가 허용되는 서비스다. 신고된 내용을 검토했으나 우리 정책을 위반하지 않으므로 현재로서는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게다가 방심위가 블록 조치를 요청한 몇몇 음란 콘텐츠에 대해서도 “신고 된 콘텐츠를 검토했지만 우리 정책을 위반하지 않으므로 현재로서는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회신했다.
관련 기관들이 뾰족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자 네티즌들 사이에선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단순히 텀블러 측에 이메일을 보내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30일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해외 사이트를 기반으로 한 무분별한 일반인 모욕 사진의 유포를 처벌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청원인은 “해외 사이트라는 이유만으로 국가가 ‘지인능욕’ 같은 범법행위를 눈감아 주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강조했다. 이 청원은 나흘 만에 4만2000여명의 지지를 얻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