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7일 전당대회를 통해 당권을 잡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조국을 구하지 못하면 돌아오지 않겠다는 각오로 얼어붙은 두만강을 건넌 안중근의 심정으로 당을 살리겠다’고 했다. 취임 100일 맞은 4일 “대안”을 강조했다. 바른정당과 통합을 반대하는 호남 중진들을 향해 “그대로 가자는 것은 대안이 아니다. 다른 대안을 제시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바른정당 통합 로드맵과 정부여당에 대한 견제,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의 자신에 대한 공격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 통합 반대파 ‘대안’ 제시해 달라
그는 당내 바른정당 통합 반대파에 대해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 달라”며 “답답하다”고 했다. 안 대표는 “저는 나름대로 대안을 말씀드릴 것”이라며 “전국 선거를 3자 구도로 치러야 한다. 구체적 방법론에 이견은 있지만 그건 제 일관된 생각”이라고 했다.
안 대표는 또 당 안팎에서 이른바 '바른정당 통합 로드맵'이 거론되는 상황에 대해서는 “다 개인적인 생각들”이라고 했다. 그는 바른정당 통합 결단 시기에 대해서도 “지금은 정책연대 과정을 통해 과연 얼마나 생각이 같은가 그 점들을 확인하고 있는 중”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내년 지방선거에 대해서는 “저희 지지율과 상관없이 굉장히 좋은 인재 풀들이 많이 계시다”며 “문제는 전국선거를 4자 구도로 치르는 것에 대해 부담을 많이 갖고 계신다. 그래서 전국 선거가 3자구도 정도로 정리되지 않으면 합류가 힘들다는 분들이 전국에 걸쳐 계신다”고 주장했다.
◇ 정부여당 ‘견제’… ‘3자 구도’로
정부여당 견제에 대해서도 ‘3자 구도’를 강조했다. 안 대표는 “정치는 상대가 두려워하는 일을 해야 한다”며 “지금 더불어민주당은 그대로 가면 지방선거 유리하지 않나.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부가 잘 안 되면 과실은 자기들이 먹는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주장을 이어갔다.
안 대표는 여야 예산안 협상에 대해 “정부여당이 대통령 공약이라고 밀어붙이기 전에 공무원 증원과 관련해 지난 추경 예산 때 국민과 국회에 약속한 내용, 즉 공무원 인력 재배치와 구조조정 같은 약속들을 왜 지키지 않고 무조건 증원해달라고 하는지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정부여당에 날을 세웠다.
이와 관련해 바른정당 통합론에 반대하는 호남 중진들은 이날 오전 조찬 회동을 갖고 예산 국면이 마무리될 때까지 안 대표에게 통합 논의를 자제해 달라고 촉구했다.
◇ 문 대통령 극성 지지자들 향해 “미워할 필요 없어… 사고 나겠지”
안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 극성 지지자들의 자신에 대한 비난 여론 조성에 대해서는 개의ㅣ 않는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는 “안 봐서 모른다”며 “댓글에 뭣 하러 대응하나”라고 했다. ‘문자폭탄'에 대해서도 “블락(block·차단)을 해놔서 거의 안 온다. 수작업으로 다 해 놨다”며 “그러니까 보내는 사람들이 특정돼 있다는 거다. 일반인은 아니라는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 극성 지지자들의 안희정 충남지사 비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문 대통령 극성 지지자들) 공산주의인가 보다”라며 “민주주의가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지혜 아니겠나”라고 비판했다. 또 “난폭운전을 하는 사람을 미워할 필요가 없지 않나. 어디 가서 사고 나겠지”라고 비꼬았다. 문 대통령이 극성 지지자들로 인해 결국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는 뜻이다.
안 대표는 향우 당 운영 방향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그는 “당 대표로서 제게 주어진 가장 큰 책무는 당을 살리는 것이고 그것은 국민의당 창당 정신과 명분을 강화하는 튼튼한 제3지대 지형을 만들어 다당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구체적인 4대 과제로는 ▲다당제 정착을 통한 적대적 양당 체제 극복 ▲지역구도 극복 및 지역감정 치유 ▲보수-진보 이념구도 탈피 ▲한국 정치 세력·인물교체를 제시했다.
안 대표는 지난 8월 3일 “절박한 마음에 출마를 결정했다. 제 미래보다 당의 생존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당내 일부 비판에도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선언했다. 자신의 심정을 안중근 의사에 빗대 “조국을 구하지 못하면 살아서 돌아오지 않겠다는 각오로 얼어붙은 두만강을 건넌 안중근 의사의 심정으로 당을 살리고 대한민국 정치를 살리는 길로 전진하겠다”고도 말했다.
◇ 현실은 ‘얼어붙은 두만강’ 위
하지만 안 대표 취임 후 100일 된 현재까지 국민의당의 형편은 썩 좋지 못하다. 주요 현안에 대해 캐스팅보터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긴 하지만 지지율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안 대표는 당 대표 후보시절 “한두 달 내 당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으면 내년 지방선거는 해보나 마나”라고 했지만 세 달이 지난 지금 국민의당 지지율은 5% 내외를 오가고 있다.
이 상황을 탈피하기 위한 돌파구로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추진 중이지만 상황은 더 악화하는 모양새다. 호남 중진을 중심으로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반발하면서 당은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다. 안 대표는 당내 반발은 일종의 ‘성장통’으로 여기고 있다. 이를 넘어서면 자유한국당을 제치고 제1 야당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지율 반등은커녕 한때 창당 이래 최저 지지율인 4.4%를 기록하며 리더십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안 대표는 여전히 ‘얼어붙은 두만강’ 위에 서 있는 형국이다. 그가 과연 당내 반발을 뚫고 바른정당과 통합 등 ‘3자 구도’ 구축과 함께 ‘제2당’ ‘지방선거 승리’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