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어머니의 편지 “유골은폐 아냐… 이철조·김현태 고마운 분”

입력 2017-12-04 17:55
세월호 참사 희생자 故 조은화 양 어머니 이금희씨가 지난 9월 25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단원고등학교에서 재학생들에게 당부의 말을 마치고 슬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월호 참사 희생자인 단원고 조은화·허다윤양의 어머니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편지를 썼다. 두 학생의 어머니는 편지에서 최근 불거진 ‘유골 은폐’ 의혹에 대해 “사랑하는 가족을 찾아준 고마운 분이 유골은폐(를 하지 않았고), 적폐는 절대 아니다”며 현장담당자들에 대한 선처를 부탁했다.

청와대는 4일 페이스북에 “조은화·허다윤 두 학생의 어머니께서 문 대통령에게 직접 쓴 3장의 편지 내용이다. 두 학생의 어머니가 공개에 동의했다”며 편지 전문을 공개했다. 두 학생의 어머니는 지난달 30일 청와대를 찾아 문 대통령에게 편지를 전달해달라고 부탁했다.

사진=청와대 페이스북

어머니들은 “저희는 은화, 다윤 엄마입니다”라 운을 뗐다. 이들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딸을 잃고 나서야 하루하루 일상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알게 됐다”며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느낀 것은 당사자가 아니고는 (전반적인 상황과 심정을) 알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두 어머니는 유골 은폐 의혹과 관련해서도 설명했다. 편지에는 “이별식으로 은화, 다윤이를 보낸 엄마들은 이별식 후에 (유골이) 나오면 언론에 내보내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며 “10월에 나온 (유골이) 은화, 다윤이로 밝혀진 것도 언론에 내보내지 않았다. (유골을) 찾은 가족에게는 다행이지만 아직 못 찾은 가족에겐 고통과 찾은 게 부러움의 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진=청와대 페이스북

이어 두 어머니는 담당자들은 현장에서 가족을 배려해줬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현장에서 이 상황을 직접 겪고 함께 생활을 한 현장 책임자가 법과 규제만 이야기 했다면 가족들은 더 힘들었을 것”이라며 “아직 못 찾은 가족을 배려하는 마음, 찾은 가족의 부탁을 들어준 것이 유골은폐, 적폐로 낙인 찍힌다면... 은화, 다윤이 엄마는 평생 현장 책임자 가족에게 마음의 짐을 지고 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철조 세월호인양추진단장과 김현태 부단장 등을 “사랑하는 가족을 찾아준 고마운 분”이라고 말하며 적극 옹호하기도 했다. 이들은 “과연 이철조 단장과 김현태 부단장이 이 사실을 숨겨서 얻을 게 무엇인가”라며 “아픔 속에 장례를 치르는 가족, 찾았지만 다 못 찾고 찾은 것이 있다 해도 못 찾은 가족을 생각해서 내려가지도 못 하는 가족을 배려한 것 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에게는 “잘 마무리 돼서 현장 책임자인 이철조 단장, 김현태 부단장이 지금 자리에서 세월호 가족을 위해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길 머리숙여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세월호 가족들과 세월호를 아파했던 국민여러분께, 장관님, 대통령님께 너무 죄송하다”며 마무리했다.

사진=청와대 페이스북

문 대통령은 두 어머니의 편지를 읽은 후 답신을 작성하고, 오후에 사회혁신수석 산하 시민사회비서관실을 통해 유가족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