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미제 사건으로 남아있던 대구 노래방 살인사건의 범인을 피해자의 아들이 포함된 수사팀이 13년만에 검거했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대구 중부경찰서 K(31, 경사)형사는 2004년 어머니를 잃었다. 어머니 안씨(당시 44)는 자녀의 학비를 벌기 위해 오빠가 운영하는 대구 북구의 한 노래방에서 임시사장 일을 봐주었다. 2004년 6월 25일 범인은 “술값이 비싸다”며 시비를 걸었고, 안씨는 왼쪽 가슴 등에 자상을 입고 노래방 계산대 앞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K형사는 고등학생이었다.
경찰은 사건 현장에서 수거한 물품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보냈다.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물품에서 DNA를 확보했지만 지문 채취에는 실패해 범인을 잡지 못했다. 사건은 13년동안 장기 미제사건으로 남게 됐다.
K씨는 그 사이 경찰관이 됐고, 파출소 근무 등을 거쳐 2013년 마침내 형사가 됐다. 그는 어머니가 살해당한 현장을 살다시피 했지만 추가 단서는 찾을 수 없었다.
그러던 11월 21일, 대구 중구에서 귀가 중이던 여성(22)이 둔기에 맞고 손가방을 빼앗기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사건 현장 주변의 폐쇄회로(CC)TV에서 범인이 담배를 피는 광경을 확인했다. 그 곳에서 떨어져 있던 담배 꽁초 수십 개를 수거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냈다.
감식 결과 그 꽁초 중 하나에서 나온 DNA 정보가 장기미제 사건 파일에 보관 중인 K씨 어머니 살해 현장에서 나온 DNA와 일치했다.
경찰은 곧 중부서 형사팀과 대구경찰청 미제사건수사팀, 범죄분석관 등으로 수사전담팀을 꾸려 노래방 주인 살인사건을 재검토했다. 하지만 K씨는 수사팀이 탐문과 잠복 수사를 하는 동안 장기 휴가를 떠났다. 범인과 마주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불상사를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한 동료 형사는 “K가 형사가 된 동기 중의 하나가 어머니 사건이었지만 막상 범인이 수사선상에 올랐을 때 그는 동료를 믿고 현장에서 한 발 의연히 물러섰다”며 “이것이 바로 그가 형사라는 증거”라고 말했다.
수사팀은 폐쇄 회로와 통신 수사등을 벌여 11월 28일 오전 6시 20분쯤 대구 인근의 한 노상 앞에서 범인을 검거했다.
민다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