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휩쓸고 있는 성추문 파문이 클래식 음악계까지 확산됐다. 미국 할리우드의 거물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으로 시작된 성추문 폭로는 연예와 언론계, 재계, 학계 등은 물론 정치권까지 퍼져 있다.
세계적인 오페라 단체인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메트)는 5일(현지시간) “제임스 레바인 명예 음악감독의 직무를 정지시켰다”면서 “그는 이번 시즌 공연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메트의 이번 결정은 제임스 레바인(74)이 30년 전 10대 소년에게 성적 학대를 가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피터 겔브 메트 단장은 “조사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즉각 행동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메트는 90년대 우편물 폭탄 테러리스트 ‘유나바머’ 사건을 맡았던 로버트 J 클리어리 전 검사에 사건 조사를 의뢰했다.
앞서 뉴욕포스트는 지난 3일 일리노이 주에 사는 40대 남성은 15살 때인 1985년 레바인으로부터 성적 학대를 당했다며 경찰에 고발장을 접수했다고 보도했다. 피해 남성은 “레바인의 성적 학대는 1993년까지 8년 동안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성적 학대의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메트를 40년간 이끌어 온 레바인은 파킨슨 병이 심각해지면서 2015~16시즌을 끝으로 메트 음악감독직을 내려놨다. 이후 메트의 명예 음악감독을 맡아 왔다. 지난 2일에는 메트의 마지막 지휘가 될 지도 모를 베르디의 레퀴엠을 연주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