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흥국이 2011년 라디오 진행에서 하차한 계기가 정부 비판적 성향의 연예인을 배제하기 위한 수단이었다는 내용이 담긴 국정원 문건이 언론을 통해 공개돼 파문이 예상된다.
경향신문은 2011년 6월15일 국정원이 작성한 ‘MBC 대상 종북성향 MC‧연예인 퇴출조치 협조 결과’ 문건을 3일 공개했다. 공개된 문건에 따르면 국정원 2국은 김흥국이 하차하고 이틀 뒤인 6월14일 김재철 당시 MBC 사장의 측근이던 보도부문 간부에게 김흥국 퇴출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그러자 이 간부는 “MBC 경영진이 이번 ‘보수성향’인 김흥국의 퇴출을 너무 쉽게 생각했고, 전격적으로 쫓아낸 것은 매끄럽지 못했다고 인정했다”면서 “이번 김흥국 퇴진은 MBC 내 종북성향 진행자와 연예인에 대한 퇴출 작업의 ‘종착점’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라는 점을 알아주길 바란다”고 국정원에 밝혔다.
당시 김흥국는 MBC 라디오 프로그램 ‘두시 만세’에서 하차했다. 비슷한 시기에 김미화 등 정부에 비판적인 견해를 내놨던 연예인들이 퇴출됐다. 당시 MBC는 “김흥국씨가 일신상의 이유로 스스로 하차했다”고 밝혔지만 김흥국은 “라디오본부장으로부터 ‘선거 유세현장에 간 게 문제가 됐다’며 하차 통보를 받았다”고 주장했었다. 김흥국은 서울 여의도 MBC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며 삭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MBC 간부는 “노조가 김미화 축출 시 형평성 원칙을 제기하며 김흥국을 대표적 사례로 거론했다. 김흥국을 빼지 않으면 추후 퇴출 작업이 불가능하다고 봤다”며 김흥국의 퇴출 경위를 국정원에 설명했다.
“보수 성향 연예인은 김흥국 1명이지만 축출 대상 종북 방송인은 여러 명”이라고 언급한 간부는 “김흥국의 희생은 여권에 ‘1대 4~5’의 값어치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부연했다.
결국 MBC가 김흥국을 퇴출한 것은 정부 비판 성향 연예인 4~5명을 프로그램에서 배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후 국정원과 MBC는 김여진, 김제동, 윤도현을 쫓아내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구체적인 작업에 들어갔다.
이에 대해 김흥국은 “이제 지나간 사건”이라며 입장을 밝히고 싶지 않다는 문자메시지를 경향신문에 보냈다고 매체는 전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