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시대, 퇴장하다] FOMC가 시장금리 상승 분수령… 예·적금은 뛰는 중

입력 2017-12-04 07:39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초저금리 시대가 끝났다. 기준금리 인상 기대감에 앞서 뛰었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주춤했지만 추가 금리 인상이 가시화되면 다시 오를 것으로 보인다. 높지 않은 금리로 금융소비자에게 외면받았던 예·적금 금리도 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1일 기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소폭 떨어졌다. 한국은행이 6년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1.25%에서 1.50%로 0.25% 포인트 올렸지만 대출금리는 되레 하락한 것이다.

그 이유는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시장금리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은행이 결정하는 가산금리는 그대로지만 금융채 5년물의 3일치 평균금리가 2.57%에서 2.54%로 0.03% 포인트 내렸다. 그 결과 신한·우리·NH농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0.03% 포인트씩 하락했고, KEB하나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0.038% 포인트 떨어졌다.

시장금리 하락의 배경엔 한은의 신중론이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내년 추가 기준금리 인상 시점에 대해 “신중히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리 인상 기대감이 미리 반영돼 있던 시장금리에 고삐를 죈 셈이다. 금융권에선 한은이 추가로 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시그널이 나타나야 대출금리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분수령은 오는 12∼13일 열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 회의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0.25% 포인트 인상돼 1.25∼1.50%로 상향될 게 확실시된다. 이는 시장금리에 또다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국내 주택담보대출 비중의 70%를 차지하는 변동금리의 경우 은행연합회가 매달 15일 공시하는 코픽스(COFIX)에 따라 달라진다. 잇따라 발표되는 경제지표들이 국내 경기의 완만한 회복세임을 증명하고, 미국 등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진행되면서 결국 대출금리는 올라가게 되어 있다.

예·적금 금리도 오르고 있다. 보통 시장금리가 곧바로 반영되는 대출금리에 비해 한두 달 정도 시차를 두고 오르는 예금금리지만 시중은행은 빠르게 반영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30일 기준금리 인상 직후 예·적금 금리를 최대 0.30% 포인트 올렸다.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도 연말 이벤트로 1년 기준 최고 연 2.4%까지 예·적금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금융소비자들은 유리한 상품을 찾아야 한다. 보통 금리 인상기에는 고정금리 대출이 유리한데, 이는 최소 5년 이상의 장기 대출의 경우다. 1∼2년 안팎의 단기 주택담보대출이나 1년 미만의 신용대출은 변동금리가 유리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고정금리 대출 이자엔 금리 변동에 따른 위험 관리 비용이 포함돼 있어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보다 낮다. 장기대출자도 대출을 갈아타기 전에 중도상환수수료나 근저당 설정 비용 등을 고려하는 게 좋다.

은행들 수익에는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대출 상품에 반영되는 속도와 폭이 예·적금 금리 변동에 비해 빠르기 때문이다. 여기서 발생하는 금리차는 은행의 수익으로 직결된다. 또 예금금리 인상을 기대하고 자금 유입이 늘면 은행들은 자금 조달비용을 낮출 수 있다. 때문에 기준금리 인상은 은행의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 개선으로 이어진다. 다만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진 취약계층에 대한 리스크 관리는 은행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글=홍석호 기자 will@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