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김관진 전 국방장관, 24일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 30일 조모 한국e스포츠협회 사무총장이 각각 서울중앙지법 구속적부심사 결과 석방 결정됐다. 각각 11∼15일 전에는 같은 법원으로부터 구속영장이 발부됐던 이들이었다. 증거인멸 우려에 대한 판단이 10여일 만에 같은 법원에서 뒤집히면서 인신구속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법원의 판단 기준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잇따르는 한편으로 검찰의 수사 관행을 통제할 수 있는 기관이 법원뿐이라는 항변도 이어졌다. 인신구속을 둘러싼 끊임없는 갈등은 법원과 검찰 양측 모두의 제도 개선 필요성을 보여준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 사건들로 구속적부심 홍보만큼은 제대로 됐다”고 냉소하는 법조인들도 있다.
지금까지 서울중앙지법의 구속적부심사 결과에 대해 제기된 비판은 “주관적, 이례적”이라는 것이다. 영장 재판 과정에서 ‘프레젠테이션’까지 거쳐 발부되는 영장이 10여일 만에 뒤집히려면 최소한 피해 변제 등의 사정변경이 있어야 한다는 게 검찰의 항변이다. 김 전 장관의 석방 결정 당시 검찰은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다”는 코멘트를 했다. 그간 구속적부심에선 가급적 영장전담판사의 결정을 흔들지 않았던 게 법원의 관례이기도 했다.
법원은 김명수 대법원장이 나서 “재판의 독립을 흔들려는 시도들이 있다”고 언급하기에 이르렀다. 법원은 그간 구속·불구속 결정에 대한 검찰의 집단적 의사 표명이 있을 때마다 “법관과 사법부의 독립을 해치는 유감스러운 처사”라며 불쾌감을 표해 왔다. 영장전담판사 경험이 있는 한 법조인은 “수사, 재판 단계에서의 인신구속은 형벌의 집행이 아니라 절차 확보를 위한 필요한 최소한의 제한임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 법관은 “무죄추정원칙이라는 형사사법의 대원칙을 꼭 말해야 하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표면적으로는 상대방을 비판하고 있지만, 양 기관은 모두 내부의 비판에도 직면해 있다. 법원에선 현직 법관이 법원의 이례적 결정을 비판했다. 김동진 인천지법 부장판사는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3회에 걸친 구속적부심 석방결정에 대해 납득하는 법관을 한 명도 본 적이 없다”고 글을 올렸다.
현직 검사가 수사를 받다 극단적 선택을 한 가운데 검찰도 ‘무리한 수사’라는 비판과 관련해 스스로를 돌아보고 있다. 지난달 전국 지검장들은 문무일 검찰총장과의 회의에서 서울중앙지검의 적폐청산 수사가 ‘정권 차원의 하명수사’로 비춰질 우려를 제기했다.
인신구속을 둘러싸고 제기되는 법·검 갈등은 각자의 선 자리에 따른 숙명적 갈등이다. 영장 청구자는 수사 효율성을 위해 구속 필요성을 강조하고, 발부자는 불구속 수사 원칙과 피의자 방어권 등에 중점을 둬 왔기 때문이다. 청구자가 이해하는 구속 기준은 사안의 중대성이었던 반면 발부자는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를 개별적으로 심사하는 경향을 보였다.
검찰은 법원의 구속·불구속 결정 기준이 불명확하다고 비판하고, 법원은 “영장 재판의 기록은 기본적으로 검찰의 입장”이라며 맞선다. 양 기관 모두 국민적 눈높이에 맞는 개혁을 천명한 상황에서 자신들의 의사결정 과정을 더 투명하게 드러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어떤 부분이 영장 발부·기각 결정으로 이어졌는지 세세한 기록으로 남겨 사후에 심사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글=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