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화 “노래와 연기, 전부 완벽하다는 얘기 듣고파” [인터뷰]

입력 2017-12-03 13:51
정용화. FNC엔터테인먼트 제공

실은 연기가 먼저였다. 가수 연습생 생활을 하던 2009년, 드라마 ‘미남이시네요’(SBS)를 통해 처음 대중 앞에 섰다. ‘설마 내가 되겠어?’ ‘돼도 그만 안 돼도 그만’이란 마음으로 본 오디션에 덜컥 붙었다. 그게 배우 정용화(28)의 시작이었다.

“무서울 게 없는 나이였죠. 무언가를 시도할 때 겁이 없었어요. 아는 게 없으니까(웃음). 그러고 보면 많이 아는 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아요. 현실을 너무 잘 알면 겁이 많아지니까. 지금은 오히려 그때가 부럽기도 하네요.”

최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정용화의 표정에는 자신감과 여유 같은 긍정의 기운이 묻어났다. 지난달 종영한 ‘더 패키지’(JTBC)가 남긴 만족감 때문이었다. 극 중 홀로 프랑스 패키지여행을 갔다 가이드(이연희)와 사랑에 빠지는 청년 산마루를 연기한 그는 어느 때보다 뜨거운 호평을 받았다.

때로는 엉뚱하지만 때로는 지극히 현실적인 인물을 정용화는 능청스럽고도 귀엽게 그려냈다. ‘로코’ 감성에 걸맞은 섬세한 감정 연기도 합격점을 받았다. 이연희와의 키스신은 매번 화제를 뿌리기도 했다. “그동안 작품에서 늘 혼자 멀리서 바라보는 짝사랑만 했었는데, 이번에는 속 시원하게 사랑했네요(웃음).”

-이번 작품에 대한 만족도가 유난히 커 보인다.
“만족이라기보다 애착이 너무 커요. 과거에는 촬영을 하다가 상황이 달라지면 당황하곤 했다면, 이번에는 캐릭터 연구를 엄청 많이 해서 현장의 느낌대로 바꿔가며 연기했죠. 그러다 보니 훨씬 재미있어졌어요.”

드라마 '더 패키지' 스틸컷. 드라마하우스, JYP픽쳐스 제공

-그동안 남모를 연기 고민이 있었나보다.
“전작인 ‘삼총사’를 끝내고 나서 생각이 많았어요. ‘다음 작품은 진짜 내가 끌리고 잘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 때 하자. 천천히 충분한 준비가 돼있을 때 하자.’ 그리고서 대본 보는 연습을 굉장히 많이 했죠. 그러다 ‘더 패키지’를 만났는데, 전체적인 완성도가 좋아서 꼭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동안 쌓은 제 장점들을 잘 살려볼 수 있겠더라고요. 다행히 ‘인생캐’라는 말도 듣게 됐는데, 저에게는 그 공백기가 굉장히 큰 역할을 한 것 같아요.”

-전작에서의 고민은 이제 완전히 해소된 상태인가.
“이런 생각을 했어요. ‘내가 긴 시간 연기해 온 게 헛되지 않았구나. 이렇게 하는 게 맞겠구나. 내가 깊이 연구하고 더 열심히 하려 했던 걸 보시는 분들에게도 그대로 느껴지는 구나.’ 그래서 자신감을 얻은 것 같아요. 다음번에 다른 작품을 하게 되더라도 더 자신 있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산마루라는 캐릭터 자체가 매력적이었는데, 실제 본인과의 싱크로율은 어느 정도인가.
“저는 원래 밝고 긍정적인 편이거든요. 하지만 연예인이기 때문에 (주변) 눈치를 보고 하지 말아야 할 건 안 하고 그러는 경우가 많죠. 아마 일반인들도 다 똑같을 거예요. 근데 산마루는 해보고 싶은 건 꼭 해야 직성이 풀리는 호기심 많은 성격의 소유자예요. ‘이건 하면 안 된다’고 규정짓는 사회의 틀을 깨는 사람인 것 같아요. 그런 면은 닮고 싶었어요.”

-실제 본인은 몸을 사리는 편이었나.
“저는 학창시절에 정말 말을 잘 들었어요. 어머니가 ‘7시까지 들어오라’고 하면 혼나지도 않은데 시간 맞춰 들어갔어요. 생각해보면 일탈을 해본 적이 있나 싶어요. 그래서 산마루 캐릭터에 더 끌린 것 같아요. 부러워서.”

-본인이 시도해본 가장 큰 일탈은 뭐였나.
“고3 여름방학 때 수능 공부를 하다가 친구들이랑 해운대에 놀러갔어요. 어머니에게는 독서실 간다고 거짓말을 하고요(웃음). 한참 놀고 있는데 어머니께 전화가 온 거예요 ‘어디고?’ 물으시기에 능청스럽게 답하고 뒤를 돌아본 순간 엄마 아빠가 딱 계신 거예요. 두 분도 해운대에 오실 일이 있었는데, 딱 걸린 거죠.”

드라마 '더 패키지' 스틸컷. 드라마하우스, JYP픽쳐스 제공

-밴드 씨엔블루 리더로서 팀을 훌륭히 이끌고 있고 연기자로서도 탄탄히 자리 잡아가는 중이다. 원래 만능 엔터테이너가 꿈이었나.
“네. 원래 목표가 그랬어요. 학교 다닐 때부터 완벽하다는 얘기를 듣고 싶어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었거든요. 그래서 공부도 진짜 열심히 했어요. 노래도 체육도 공부도 ‘다 잘한다’는 말을 듣고 싶어서. 완벽주의인 것 같아요. 연예인이 돼서도 똑같네요.”

-노래와 연기는 물론 예능에서의 활약도 뛰어나다. 각 분야에 어떤 매력이 있던가.
“각각의 재미가 다 달라요. 가수는 공연하는 몇 시간 동안 그 에너지를 다 받잖아요. 배우로서 경험할 수 없는 그런 에너지가 있어요. 공연하느라 힘들다기보다 오히려 힘을 받는 느낌이죠. 예능은 나의 꾸밈없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인 것 같아요. 어느 정도 순발력도 필요하고요. 드라마는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아보는 건데 그 여운이 굉장히 길어요. 각기 다른 매력이 있어서 도저히 못 끊겠어요. 금단현상이 있어요(웃음).”

-스스로 더 쌓아보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사실 한 가지 분야에서 인정받기도 힘들잖아요. 근데 저는 진짜 세 개 다 잘하고 싶어요. 너무 큰 욕심이지만…. 저는 사실 제가 재능이 없다고 판단되면 아예 시작을 안 하는 스타일이거든요. 예컨대 게임을 못해서 절대 안 해요. 근데 연기자로선 계속 작품이 들어오니까 ‘나에 대한 기대감이 있나보다’란 생각이 드는 거죠. 그러니까 더 열심히 하게 되고,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 것 같아요.”

-올해 음반 성적은 별로 좋지 않아 마음고생을 좀 했겠네.
“한때 성적에 굉장히 민감할 때가 있었어요. 멘탈이 완전 나가고 진짜 힘들어했죠. 왜냐면 저희는 데뷔 때부터 너무 잘됐기 때문에 그 정도에 도달하지 못했을 때 오는 괴리감이 있거든요. 그래서 전 일찍부터 마인드컨트롤을 해왔어요. ‘이건 영원하지 않을 것이다. 내 목표는 롱런이다. 잠깐의 운이었다고 생각하고 앞으로는 실력으로 채워나가자.’ 앨범이 계속 나올 수 있는 상황에 감사하고 언젠가 또 잘 되리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해요. 성적이 저조하다고 미래가 무너지는 것 같다거나 그러지는 않아요(웃음).”

-아이돌 가수 출신 배우로서 짊어져야 하는 선입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당연한 거라고 생각해요. 요즘은 시청자들이 더 잘 알잖아요. 가수로서 자신이 없어서 혹은 더 잘 되기 위해서 연기에 재능도 없는데 배우를 하는 건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가끔 이런 얘기들을 하잖아요. ‘열심히 최선을 다해 (실력이) 늘어가는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거기엔 항상 ‘내가 그걸 왜 봐야 되느냐’란 댓글이 달리죠. 맞는 말이잖아요. 가수 이름표를 떼고 진짜 연기자로서 잘해낼 자신이 있을 때 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용화. FNC엔터테인먼트 제공

-하하. 정확히 알고 있네. 평소 인터넷 댓글을 많이 찾아보는 편인가.
“사실 댓글은 호감순으로 몇 개만 보고 안 봐요(웃음). 그게 현명한 것 같아요. 댓글보다는 SNS에 올라오는 의견들 위주로 챙겨보죠.”

-늘 타인의 시선을 신경 써야 한다는 데 대한 피로감 같은 건 없나.
“제 직업상 당연히 겪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연예인으로서 그런 단점은 있겠지만 (그에 못지않은) 장점도 많잖아요. 남들은 못 해보는 경험을 할 수 있죠. 그래서 별로 피로감은 없어요. 당연한 거니까.”

-평소 ‘집돌이’로 지내는 데에도 어느 정도 영향이 있었을까.
“아무래도 그런 게 좀 있죠. 저는 사람을 만나는 일을 하는데 성격상 ‘대충’이 안 돼요. 그래서 밖에선 진짜 열심히 하고 집에서만큼은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죠. 에너지를 다시 쌓기 위해 집돌이가 되는 거예요. 공감하시는 분들 되게 많던데요? 저뿐만 아니라 요즘 현대인이 다들 그러신가 봐요. 사람마다 성향은 다르겠지만 혼자 사색을 즐기거나 리프레시하는 연습이 필요한 것 같아요. 저는 여행을 가도 혼자 있을 때 힐링이 많이 되더라고요.”

-군 입대 문제가 아직 남아있다. 씨엔블루 멤버들(이종현 강민혁 이정신)과 관련 이야기를 나눠본 적 있나.
“일단 제가 제일 먼저 가게 될 텐데, 동반입대 여부는 잘 모르겠어요. 다른 멤버들이 1%라도 원하지 않는다면 저는 절대 강요하고 싶지 않아요. 제가 없을 때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을 수도 있으니 오히려 응원하고 싶어요. ‘내가 군대 가니까 너희도 가야 돼’ 이건 너무 꼰대 같지 않나요(웃음). 자기 선택에 맡기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배우로서는 이제 막 뛰기 시작한 단계인데, 스스로는 얼마 왔다고 생각하나.
“많이 못 왔죠. 더 해야 할 게 많아요. 근데 너무 급하게 인정받고 싶진 않아요. 한순간에 되는 것이 아니니까요. ‘박진영의 파티피플’(SBS) 나갔을 때 진짜 감명 깊게 들은 얘기가 있어요. ‘인기에서 인정으로 가는 게 힘들다.’ 정말 맞는 말인 것 같아요. 그 생각을 계속하며 노력해나가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