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싯배 전복 사고 생존자들 “갑자기 유조선이 가까이 와 부딪혔다”…날씨는 낚시 못할 정도 아냐

입력 2017-12-03 13:39 수정 2017-12-04 18:59
【인천=뉴시스】함상환 기자 = 3일 오전 6시12분께 인천 옹진군 영흥도 영흥대교 인근 남방 해상에서 급유선과 충돌사고로 전복된 낚싯배를 해경 구조대가 인명 구조 작업을 하고 있다. 2017.12.03. (사진=인천해경 제공)

낚시객, 선원 등 22명이 타고 있던 낚싯배가 유조선과 충돌 후 전복돼 13명이 사망하고 2명이 실종됐다. 사고 후 5명은 의식불명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운행 부주의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인천해양경찰서는 3일 오전 6시12분쯤 인천 옹진군 영흥도 영흥대교 남방 2마일 해상에서 낚싯배 선창1호(9.77t)가 급유선 명진 15호(336t)과 충돌해 뒤집혔다고 밝혔다. 정오를 기준으로 생존자는 7명으로 집계됐다.

생존자 김모(29)씨는 이날 일행 3명과 함께 낚시를 왔다가 사고를 당했다. 그는 “유조선이 점점 가까이 오더니 우리배의 좌측에 부딪혔다”며 “배가 부딪힌다는 느낌을 받았고 배가 강하게 흔들리면서 높은 파도가 배를 휩쓸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김씨를 포함한 낚시객 4명은 바다에 빠진 후 유조선에 의해 구조됐다.

김씨의 일행인 서모(36)씨도 “두 배가 서로 갈 길을 가다가 못보고 갑자기 충돌했다”며 “오전 6시에 출항했는데 출항 10분 만에 사고가 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승선원) 모두 구명조끼 입고 있는 상태였고 그래서 우리도 살 수 있었다”고 전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파악되지 않았으나 일각에서는 흐린 날씨와 강풍 등 기상 상황이 사고에 영향을 준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서씨는 “날씨가 안 좋아서 낚시를 못할까봐 걱정했는데 파도도 높지 않고 날도 따뜻해서 낚시를 할 수 없는 정도의 날씨는 아니었다”고 전했다. 이곳 주민 A씨도 “새벽에 비가 많이 안 왔다. (배가) 출발하자마자 잠깐 소나기가 쏟아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날씨가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출항증을 안 끊어주는데 (출항 했다면) 날씨가 안 이상했단 것”이라고 말했다.

해경은 실종사 수색 작업을 계속 진행 중이지만 사고 해역 일대의 물살이 강해 난항을 겪고 있다. 이 지역은 현재 ‘여덞물 시기’로 물살이 강하고 조석간만의 차가 큰 상황이다. 특히 이날은 조고차가 8.5m에 달해 수색 작업 등에 악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6명이 후송된 시흥 시화병원 측은 이날 사고와 관련한 브리핑을 통해 “4명은 사망한 상태로 후송됐고 2명의 생존자는 안정된 상태”라며 “(생존자의) 외상은 없다”고 전했다.

인천=이형민 손재호 기자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