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1일 본회의를 열고 여야 이견이 없는 예산부수법안 9건을 통과시켰다. 통과된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은 기업이 일감 몰아주기로 얻은 이익에 대해 과세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초고소득자 증세를 골자로 하는 법인세법 개정안과 소득세법 개정안 등 12건의 예산부수법안은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았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일반 법안 52건도 함께 처리됐다. 약물치료 대상범죄에 강도강간미수죄를 추가하는 내용의 성폭력범죄자 성충동약물치료법 개정안과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명예회복 심의위원회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소속으로 변경하는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등 명예회복 특별법 개정안 등이다. 모두 여야 합의가 이뤄진 사안으로 이견없이 통과됐다. 국군부대의 파견 연장 동의안 4건도 가결됐다. 유엔 레바논 평화유지군과 남수단 임무단, 소말리아와 아랍에미리트 파견 기간이 1년씩 연장됐다.
여야는 그러나 예산안과 예산부수법안 등 8가지 쟁점은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각 당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의 이틀째 ‘2+2+2 회동’에서도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오후 6시30분쯤 “김도읍 한국당 간사가 예결 소소위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다. 신뢰 관계에 문제가 있다”며 먼저 자리를 떴다. 윤후덕 민주당 간사가 황주홍 국민의당 간사를 찾아 혁신 읍면동 사업 예산을 논의한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한국당은 ‘오해’라는 민주당의 설명을 듣고 나서 오후 9시30분쯤 회동에 복귀했다. 한국당이 요구한 예결 소소위도 2일 다시 가동키로 했다.
정세균 국회의장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오후 10시가 넘어 여야 회동 장소를 찾아와 협조를 당부했다. 정 의장은 기자들과 만나 “어떤 일이 있어도 법정 기한을 지키자고 강력하게 요청했다”며 “(여야 협의를) 푸시하러 왔다”고 말했다.
여야 협의가 난항을 거듭하면서 예산안 처리는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 처음으로 법정 기한을 넘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의 예산안 처리 법정 기한은 2일까지다.
야당은 문재인정부의 주요공약 사안인 공무원 증원, 최저임금 인상 등 관련 예산을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예산의 기한 내 처리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여당을 압박했다. 정 원내대표는 “어제 우리 생각을 다 말했는데 여당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며 “법정기한 내 예산안 처리를 장담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의원총회에서 “이런 소극적이고 오만한 태도로 법정기한 내 처리를 기대한다면 착각에 불과하다”고 했다.
반면 우 원내대표는 “20대 국회가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 최초로 예산안 처리 법정기한을 넘기는 불명예를 안지 않도록 협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정 의장이 예산안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할 가능성은 낮다. 여야가 추가 논의를 거쳐 오는 7∼8일로 예정된 본회의에서 예산안을 처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판 신재희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