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이국종 교수에 “기적같은 일 해냈다”

입력 2017-12-02 07:34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청와대에서 최근 귀순 북한 병사를 치료한 이국종 아주대병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과 악수하고 있다. 해군 정복 차림의 이 센터장이 “소령 이국종”이라며 관등성명을 대고 있다. 이 센터장은 2011년 아덴만 여명작전 때 총상을 입은 석해균 선장을 치료한 공로로 2015년 명예 해군대위로 임관했고 지난 4월 소령으로 진급했다. 이 센터장 옆에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경비대대 소속 한·미 장병들이 서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귀순한 북한 병사를 구출한 JSA 경비대대 소속 한·미 장병들과 이국종 아주대병원 경기남부권역 외상센터장을 1일 청와대로 초청했다.

문 대통령은 차담회에서 “북한군이 추격하면서 수십 발의 총알을 발사해 긴박한 상황이었는데, 지침대로 정확하고 신속한 판단으로 대응을 잘해 주셨다”며 “그 덕분에 그 상황이 더 위험한 상황으로 번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귀순한 북한군을 구출해 목숨도 살릴 수 있었다”며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우리 국민들은 군에 대한 신뢰가 높아졌고, 한·미 양국의 굳건한 공조에 대해서도 신뢰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저도 예전에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 때 ‘미루나무 제거’ 작전에 참여한 적이 있어 그쪽이 얼마나 예민하고 위험한 지역인지 잘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JSA 한국군 경비대대장으로 귀순 당시 현장을 지휘했던 권영환 중령은 “저와 JSA 장병들은 임무 완수를 위해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이 직접 북한 병사를 구출한 송승현 상사와 노영수 중사에게 “두렵지 않았느냐”고 묻자 송 상사는 “두렵지 않았다. 어떤 상황이 주어져도 거침없이 임무를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 센터장에게는 “북한군이 그렇게 중상을 입었는데도 목숨을 구하는 기적 같은 일을 해냈다”며 “중증외상센터가 인력이나 장비 면에서 열악한데도 실력만큼은 세계 최고”라고 덕담을 건넸다. 이 교수는 사의를 표한 뒤 “한·미동맹이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외상센터를 축으로 주한미군, 한국 해군이 2003년부터 함께 일해 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기회를 통해 민·관·군이 하나가 된 협력 방어태세가 실제 구현될 수 있다고 국민들께 말씀드릴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명예 해군 소령인 이 센터장은 계급장이 달린 검은색 해군 정복을 입었다. 대통령과 악수할 때는 ‘소령 이국종’이라며 관등성명을 댔다. 이 센터장은 석해균 선장을 치료한 공로로 2015년 예비역 명예 해군 대위로 임관했고 지난 4월 소령으로 진급했다.

40분간 이어진 차담회에는 권 중령, 송 상사, 노 중사, 이 센터장 외에도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군의관 황도연 대위, JSA 미군 경비대대장 매튜 파머 중령, 군의관 제프리 슈미트 소령 등 10여명이 참석했다.

한편 여야는 올해 예산보다 53%가량 늘어난 612억원을 내년도 중증외상전문진료체계 구축 예산으로 책정하기로 합의했다. 이 교수가 국내 권역외상센터의 문제점을 지적한 발언이 국민 지지를 얻으면서 국회도 움직인 것이다. 권역외상센터 지원 강화를 요청한 청와대 국민청원은 이미 20만명이 넘는 추천을 받아 정부 및 청와대 관계자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