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혹평한 고건 “노무현, 드물게 사심 없는 정치인”

입력 2017-12-02 07:31

고건(사진) 전 국무총리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겨냥해 “(대통령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아버지 기념사업이나 하셨어야 한다”며 혹평했다.

고 전 총리는 1일 공개한 ‘고건 회고록:공인의 길’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정말 답답했다. 오만, 불통, 무능”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30일 박 전 대통령 초청으로 원로들과 청와대를 방문했던 일화를 소개했다. 고 전 총리는 “‘국민의 의혹과 분노가 한계점을 넘고 있다. 성역 없는 수사를 표명하고 국정시스템을 혁신하라’고 진언했지만 (박 전 대통령이 받아들이지 않아) 결국 촛불집회가 일어나고 탄핵안이 발의, 가결됐다”고 적었다. 또 탄핵과 관련해 “당사자(박 전 대통령)에게 제일 큰 책임이 있겠지만 그 사람을 뽑고 추동하면서 진영 대결에 앞장선 사람들도 큰 책임이 있다”며 보수진영에 쓴소리를 했다.

고 전 총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일화도 상세히 적었다. 그는 “1998년 서울시장 민선2기에 출마할 당시 국민회의 노무현 부총재를 처음 만났다”며 “화법은 매우 담백하고 돌려 말하는 법이 없었다. 드물게 사심 없는 정치인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회고했다.

노 전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자신에게 초대 국무총리를 제안했던 순간도 소개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개혁대통령을 위해선 안정총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완강히 고사해도 물러설 기색이 아니었다”고 적었다. 2004년 노 전 대통령 탄핵안 가결로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던 시절에 대해서는 ‘내 인생 가장 길었던 63일’이라고 평가했다.

고 전 총리는 노 전 대통령과 사이가 멀어지게 된 경위도 언급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이 탄핵 소추에서 복귀한 날 청와대로 들어가 ‘이제 강을 건넜으니 말을 바꾸십시오’라고 사의를 표했다”며 “사흘 후 (대통령이) 새 장관들 임명 제청을 해달라고 해서 거절했더니 비서실장을 두세 번 보냈다. 완전히 역린(逆鱗)을 건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임기 말 고 전 총리에 대해 “(여야) 양쪽을 다 끌어당기지 못하고 스스로 고립됐다. 결과적으로 실패한 인사”라고 혹평했다. 고 전 총리는 이에 대해 “완전히 사실과 다르다. 고립된 건 노 전 대통령이었다”고 반박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