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제게 기대세요” 12살 볼보이가 호흡곤란 선수를 구했다

입력 2017-12-02 05:00
트위터 캡처

“괜찮으세요?”

지난 26일(현지시간) 스페인 5부리그 라팔마CF와 UP비소의 경기를 지켜보던 소년이 갑자기 그라운드로 달려나갔습니다. 12세의 볼보이, 모이세스 아길라르였습니다.

후반 85분, 라팔마가 3대 2로 앞서가던 상황이었습니다. 비소의 알레안드로 피네다가 골대 근처에서 수비 도중 상대 선수의 강한 슈팅에 복부를 맞고 쓰러졌습니다. 피네다는 고통을 호소하며 일어나지 못했지만 경기는 계속 진행됐습니다. 선수들도, 관중들도 피네다를 발견하지 못한 듯했습니다.

골대 뒤에서 볼보이를 하고 있던 아길라르는 달랐습니다.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곧장 파네다에게 달려갔죠. 파네다는 “숨을 쉴 수 없다”고 하자 소년은 미끄러지듯 선수의 등 밑에 누웠습니다. 자신을 베개 삼아 누울 수 있도록 한 겁니다. 아길라르의 적절한 응급처지에 파네다는 천천히 안정을 되찾았습니다.


아길라르는 쓰러진 선수의 상대팀인 라팔마의 유소년팀 소속이었습니다. 팀과 상관없이 생명을 구한 소년의 행동에 찬사가 쏟아졌습니다. 파네다 역시 “어린 볼보이가 원정팀 선수를 위해 이런 행동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아길라르는 ‘유튜브’에서 미식축구 경기를 보며 응급처치 방법을 배웠다고 합니다. 간호사로 일하는 아길라르의 삼촌은 “의사가 도착할 때까지 해야할 일을 아길라르가 정확히 알고 있었다”고 감탄했습니다. 라팔마 구단은 진짜 ‘스포츠 정신’을 보여준 아길라르에게 상을 수여할 예정입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만'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