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치매가 진행되는 과정… ‘짠한’ 뜨개질 사진

입력 2017-12-02 11:00

“저희 엄마는 12년 전, 54세의 나이에 치매 진단을 받으셨습니다. 저는 그때 22살이었죠. 그간 만드신 이 컵 받침은 엄마의 치매가 진행되는 과정을 보여주네요.”

1일 미국의 한 온라인커뮤니티에 사연이 올라왔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둔 34살 딸은 “뜨개질이 치매에 좋다는 의사의 조언으로 시작했다”며 12년 전부터 모아온 뜨개질 사진을 공개했다. “코바늘 뜨개질로 컵 받침을 만드시면서 손과 뇌를 활발하게 움직이려 하셨다”고 전한 그는 “사진 속 컵 받침은 모두 치매 진단을 받은 뒤부터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14개의 컵 받침이 차례로 놓여있는 사진에선 치매가 심해지면서 점점 무늬가 단순해지고 모양이 흐트러지는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마지막 줄은 뜨개질을 하는 방법까지 잊어 더는 뜨개질도 할 수 없게 된 상태를 보여준다.

그는 “엄마는 아직 살아계신다”며 “하지만 말을 하지 못하고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전했다. 치매가 진행되면서 그의 엄마는 늘 집에서만 생활했고, 직계 가족의 도움을 받아 일상생활을 유지했다고 한다. 12년간 가족이 헌신하며 돌봤고, 올 7월부터는 말기 환자용 병원에 투병 중이다.

글쓴이는 “이 글이 많은 사람들이 치매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치매에 걸려 아이가 되어버린 노인도 아름답고, 활기찼던 시절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 엄마는 재미있고, 아름다운 사람이었다”며 “어릴 적 직접 춤을 추는 법을 가르쳐 주기도 했었다”고 회상했다.

12년간 아내 곁을 지키며 간호해 온 아빠에 대해서도 “조건 없이 사랑하는 법을 알려주신 분”이라고 전했다. 또 “오빠, 시누이, 할머니, 이모들 모두 엄마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며 “치매라는 병과 상관없이 엄마를 바라본다”며 감사를 표했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