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전 국무총리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신을 실패한 인사라 표현한 데 대해 “완전히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또 자신이 총리에서 물러나게 된 배경을 설명하며 “역린을 건드렸다”고도 했다.
고 전 총리는 30일 ‘고건 회고록: 공인의 길’을 공개하면서 “내가 물러난 지 2년 후 노 대통령이 (고건 임명 실패한 인사)그런 발언을 했을 때는 노 대통령 본인이 고립됐던 건 사실인가보다. 노 대통령 스스로 고립된 것”이라며 “완전히 사실과 다르다. 여야를 아울러서 국정을 수행한 건 나"라고 말했다.
고 전 총리가 청와대를 떠난 지난 2006년 12월 노 전 대통령은 민주평통자문회의 상임위원회 연설에서 고 전 총리에 대해 “중간에 선 사람이 양쪽을 끌어당기질 못하고 스스로 고립된, 결과적으로 실패해 버린 인사”라고 발언했다. 고 전 총리는 이듬해 17대 대선 불출마 선언을 했다.
고 전 총리는 당시 노 전 대통령 발언에 대해 “내가 총리일 때 여야정 협의가 잘됐다고 기록이 남아 있다. 참여정부 시절 여당이 제3당인 신4당 체제 하에서 여야정협의체로 매월 두번 국정협의체를 가동했다. 여기서 이라크 파병, 한·칠레 FTA 협의도 다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고 전 총리는 2004년 3월 12일부터 2004년 5월 14일까지 노 전 대통령 탄핵소추 기간에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다. 고 전 총리는 이 기간을 '내 인생 가장 길었던 63일'이라고 표현했다.
고 전 총리는 “노 전 대통령이 탄핵소추에서 복귀한 날 청와대로 들어가 ‘이제 강을 건넜으니 말(馬)을 바꾸십시오'라고 사의를 표명했다”면서 “(노 전 대통령이)사흘 후 새 장관들에 대해 임명제청을 해달라고 해서 거절했더니 비서실장을 두세번 보냈고, 마지막에는 내 사표를 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완전히 역린을 건드린 것”이라고 했다.
고 전 총리는 또 참여정부 총리 재직 시절, 정치인들이 노 전 대통령과의 불화설을 제기할 때마다 '주파수를 열어놓고 있다'고 에둘러 설명하고, 강금실 법무부 장관의 언행을 문제 삼아 경질을 검토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고 전 총리는 회고록에 역대 정권 평가를 기록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오만·불통·무능'이라 표현했다. 그는 “(대통령을) 하시지 말았어야 했다. 아버지(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사업이나 하셨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