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서울 도심에서 노동자의 권리 보장을 요구하며 정치권의 입법 개정을 요구하는 노동계의 집회가 잇따른 가운데 시위 장소에 남겨진 쓰레기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민주노총과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은 지난 28일 오후 2시30분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근로기준법 개정안과 ‘건설근로자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건설근로자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며 집회를 열었다.
집회 다음날인 지난 29일 온라인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민노총 여의도 집회 후 사진”이라는 제목과 함께 여러 장의 사진이 게재됐다. 공개된 사진 속에는 집회 때 사용된 종이 수천 장이 거리를 뒤덮은 모습이다.
글쓴이 A씨는 “시민이라면 누구나 자기가 버린 쓰레기는 자기 손으로 치우는 것이 상식이다. 쓰레기도 안치우면서 당신들의 권리와 그 대가를 요구한다면 당신들조차 쓰레기 취급당한다”고 적었다. 이어 “쓰레기 논란에 일부 민노총 사람들이 ‘자기들이 왜 (쓰레기)치우느냐고 정부에서 치워야지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동운동 투쟁 반대하지 않는다. 허나, 합법적인걸 요구하면서 왜 당신들은 불법을 저지르나. 지금은 80년대 광장이 아니다. 2017년임을 잊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쓰레기를 치우는 환경미화원분들도 노동자임을 잊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에도 집회와 관련된 목격담과 사진, 비판의 글이 잇따랐다. 한 네티즌은 “노동자들 권익을 위해 투쟁한다고 떠드는 것들이 또 다른 노동자들의 고통과 희생은 외면하며 자기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는 도로교통법도 무시하는 집단”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일부 참가자는 국회를 향해 가두행진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설치한 안전펜스를 훼손하고 물병을 던지는 등 경찰과 한때 물리적 충돌을 빚기도 했다고 전했다.
건설근로자법 개정안 통과를 주장하며 광고탑에서 고공농성을 벌여온 건설노조 간부 2명도 이날 체포됐다. 경찰은 이들을 업무방해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이날 건설노조의 집회·시위 과정에 발생한 불법행위와 관련해 경찰이 채증자료 분석을 통해 내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 추산 2만명이 모인 이날 집회에서 건설노조는 퇴직공제부금 인상 및 적용 대상 확대를 요구했다. 건설노조는 “건설노동자 대부분이 퇴직금을 받을 수 없는 임시일용직이고 국민연금이나 퇴직연금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그러나 퇴직공제부금은 일당 10년째 동결됐다. 시급히 현실적 수준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환노위는 이날 오전부터 고용노동소위원회를 열고 근로기준법 개정안과 건설근로자법 개정안 등 19건의 법안을 심사를 시도했다. 그러나 근로시간 단축 시행, 중복할증, 특례조항 축소 등 현안 논의 순서를 놓고 소위 위원들의 의사진행 발언이 이어지면서 구체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못한 채 종료됐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