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끊으면 대북관계 단절… 中, 사실상 거부

입력 2017-12-01 07:42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왼쪽)가 29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북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를 마친 뒤 우하이타오 중국 차석대사와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하고 있다. AP뉴시스

중국이 미국의 대북 원유 공급 중단 요구에 대해 기존 입장만을 되풀이하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표명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를 이행하겠다는 뜻을 강조함으로써 미국의 별도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유엔 안보리는 여러 차례 대북 결의를 통과시켜 북한을 제재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대북 결의를 전면적이고 완전하게 집행하며 우리가 해야 할 국제 의무를 마땅히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추진하고 평화·안정 유지와 대화·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유관 문제를 처리할 것”이라며 “우선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추진하고 국제 핵 비확산 체제를 유지한다는 중국의 입장은 매우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유엔 안보리의 결의 사항은 철저하게 이행하겠지만 그 외의 제재 요구는 거부한다는 취지로 보인다.

겅 대변인은 또 “한반도 핵 문제는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면서 “무력, 군사적 수단은 효과적인 선택사항이 아니다”고 거듭 강조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도 30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도발 책임을 미국에 돌리면서 추가 제재보다는 대화를 통한 해법을 강조했다. 신문은 “미국의 대북 정책은 실패했다”며 “미국은 중국에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를 넘어서는 요구를 하지만 중국은 북·미 사이에서 추가로 책임지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미사일 도발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대북 정책 기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대북 원유 공급 중단 조치는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고리가 사실상 끊긴다는 점에서 최후 수단으로 남겨둘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원유 공급 중단 요구를 거부할 수 있는 명분은 그동안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만큼은 충실히 이행해 왔다는 점이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 9월 말 안보리 결의 2375호를 이행한다는 차원에서 대북 석유제품 수출과 북한산 섬유제품 수입을 제한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어 중국 내 북·중 합작기업, 합자기업, 외자기업들에 대해 폐쇄 명령까지 내렸다. 제재 대상에는 중국 내 북한 기업 대부분이 포함됐다. 이런 상황에서 아직 안보리 차원에서 ‘합의되지 않은’ 원유 공급 중단을 미국만의 요구로 이행할 이유가 없다는 게 중국의 입장이다.

게다가 중국으로선 원유 공급 중단으로 북·중 관계가 더 나빠지는 것도 피하고 싶어한다. 중국 입장에선 국경을 마주한 북한과 인적·물적 교류가 끊기고 소통도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 길어지는 게 결코 달갑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과 소원해지면 한반도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주도권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중국이 대북 제재에 동참하면서 사실상 북한과의 대화 채널은 가동이 안 되는 분위기”라며 “북한과 대화할 수도 없고, 미국 요구대로 원유 공급을 중단할 수도 없는 중국으로선 고민이 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