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열린 증언… 국정농단 재판 새 국면

입력 2017-12-01 07:33

검찰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사 등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국정농단 핵심 피고인들에게 불리한 진술이 속출하고 있다. 박근혜정부 관계자들이 특활비 의혹 등으로 조사를 받다가 이들에게 불리한 내용을 실토하는 것이다. 국정원 특활비 수사가 국정농단 수사의 중요 변수가 되고 있는 셈이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조영철) 심리로 30일 열린 조 전 장관 등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항소심 재판에는 박준우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증인으로 나왔다. 지난 28일에 이어 두 번째 증인 출석이었다. 당시 박 전 수석은 “조 전 장관에게 블랙리스트 업무를 인수인계해줬는지 기억나지 않는다”는 지난 5월 1심 법정에서의 증언을 뒤집었고 조 전 장관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박 전 수석은 지난 9월 보수단체 지원(화이트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양석조)에서 집중 조사를 받았다. 이후 10월 말부터 지난 5일까지 특활비 의혹으로 특수3부에서 재차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국정농단 사건 중 불명확하거나 미심쩍었던 부분을 추가로 캐물은 뒤 “조 전 장관에게 인수인계를 해줬다”는 박 전 수석의 진술을 확보해 특검팀에 넘겼다. 박 전 수석 증언의 신빙성을 놓고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변호인단은 이날도 진실 공방을 벌였다.

안봉근 전 청와대 제2부속비서관도 특활비 수사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2014년 9월 12일에도 독대했다”는 진술을 내놨다. 당초 두 사람의 독대는 그해 9월 15일부터 세 차례로 조사됐었다. 이 진술이 증거로 제출되자 이 부회장 측은 “안 전 비서관이 구속된 뒤에 조사된 내용을 지금 이 재판에 제출하는 게 맞느냐”며 반발했다.

특활비 수사 등은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팀장이었던 윤석열 현 서울중앙지검장과 파견검사였던 서울중앙지검 한동훈 3차장, 양 부장검사가 이끌고 있다. 특검팀과 검찰 수사팀 간에 유기적 공조가 이뤄지고 있는 이유다.

변호인단은 적법성을 거론하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조 전 장관 측 변호인은 “박 전 수석 진술이 바뀐 건 지난 9월 검찰 조사 이후”라며 “위증죄를 감수하면서까지 진술을 바꾼 이유가 이상하다”고 했다. 함께 재판을 받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측 변호인도 “별건 수사 과정에서 생성된 진술 조서가 이 재판에 증거로 제출되는 건 문제”라고 주장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