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노키아에 공산당 조직이?… 거침없이 간섭하는 ‘시황제의 中’

입력 2017-12-01 07:22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체제 출범 이후 중국 공산당이 외국계 기업과 해외 싱크탱크에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집요하게 물밑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과 노키아 등 중국에 진출한 유수 외국 기업들에 당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한편 미국의 외교 관련 핵심 연구기관에도 지원을 하며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는 데 힘쓰는 모습이다.

3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 24일 중국 내 독일기업 대표단체인 주중국 독일상공회의소(AHK China)는 “외국 기업체를 상대로 한 중국 공산당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한다”는 제목의 영문 성명을 발표했다. 중국 공산당이 최근 외국 기업들 내부에 공산당 조직 확대를 시도하는 데 따른 항의다. 외국 단체가 이 같은 성명을 낸 건 처음이다.

이 단체는 성명에서 “공산당이 사내 영향력을 강화하려 한다는 보고가 독일 자본이 완전 소유한 기업들로부터 잇따르고 있다”며 “사내에 공산당 조직을 설치하는 건 법적 근거가 없는 조치”라고 반발했다. 이어 “같은 조치가 계속된다면 독일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철수하거나 투자전략을 재고하는 것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 단체에 따르면 중국에 진출한 독일 기업은 5000개다.

시 주석 집권 뒤 이 같은 시도는 부쩍 강화돼 왔다. 지난 10월 중국 공산당 중앙조직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 약 10만6000개 중 70.7%인 7만5000개 기업 내부에 공산당 조직이 설치돼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삼성과 노키아 등도 여기에 포함된다. 지난 10월 말 19차 당대회 연설문에서 시 주석이 밝혔듯 사회 모든 부문을 당이 영도하겠다는 발상에서 나온 조치로 해석된다.

중국 공산당은 태평양 건너 미국 워싱턴 정가까지 손을 뻗고 있다. 28일 포린폴리시에 따르면 미 외교안보 분야에서 대표적 싱크탱크인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은 지난 8월 미·중 교류재단(CUSEF)으로부터 투자를 받아 ‘태평양 공동체 이니셔티브’ 프로젝트 연구를 시작했다. 아시아에서 중국이 영향력 확대를 위해 앞으로 어떤 역할을 담당해야 할지를 연구하는 프로젝트다. 구체적인 투자액은 알려지지 않았다.

CUSEF는 2008년 만들어진 홍콩의 비영리기구로 중국 공산당 산하기관인 통일전선부와 연관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산당이 당 외부의 지지 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만든 조직이다. CUSEF 창립자인 물류재벌 출신 둥젠화 전 홍콩행정장관 역시 홍콩에서 중국공산당 이익을 대변해온 인물로 분류된다. 국제 외교 연구기관인 제임스타운재단의 피터 매티스 연구원은 포린폴리시에 “중국은 (국제 외교질서의) 생태계 변화(ecological change)를 노린다”며 “중국이 적재적소에 충분한 인력을 길들여놓을 수 있다면 이후엔 직접 목소리를 내지 않고도 관련 논의 판도 자체를 바꾸기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