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미사일 재진입 기술 입증 안돼" 트럼프와 이틀째 통화한 문재인

입력 2017-12-01 00:30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고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5형’에 대해 “대기권 재진입과 종말단계유도 분야 기술은 입증되지 않았다. 핵탄두 소형화 기술 확보여부도 불분명하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30일 오후 10시부터 1시간 동안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고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포기하기 위한 대화에 나올 때까지 강력한 대북 제재와 압박 기조를 유지해 나가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 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핵무력 완성 선언에 대해 “우리 정부는 현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당면 과제는 북한이 기술을 더 진전시키지 못하도록 철저히 저지하고 궁극적으로는 폐기토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확고한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토대로 한 압도적 힘의 우위를 기반으로 북한의 도발을 억제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양 정상은 긴밀한 공조 아래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압박을 최대한 강화하는 노력을 함께 하기로 합의했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이틀 연속 통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이 오는 2월 열리는 평창 동계올림픽에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하기로 한 사실도 공개됐다. 문 대통령은 “미국의 결정은 IOC와 세계 각국에 안전한 올림픽에 대한 확신을 주고, 북한에도 확고한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 간 통화에 앞서 한·미 양국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 채널을 중심으로 대북 압박과 관련해 여러 추가 방안을 논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에서 ‘대북 원유 공급 중단’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 통화하며 ‘이제는 중국이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을 중단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중국이 리더십을 발휘하지 않으면 우리가 원유 상황을 챙길 것”이라고 압박했다.

헤일리 대사는 또 “만일 전쟁이 일어난다면 북한 정권은 완전히 파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주리주 세인트찰스에서 세제 개편을 주제로 연설하던 중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정신병자를 뜻하는 ‘병든 강아지(sick puppy)’라며 조롱했다.

정부 일각에선 미국이 대북 군사적 옵션 카드를 꺼내는 상황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 통화했고, 미국 내부에서도 여러 논의가 이뤄지는 걸로 안다”며 “미국의 전략적 스탠스 변화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북한은 화성 15형 발사 영상을 조선중앙TV를 통해 공개했다. 화성 15형은 이동식발사대(TEL)에 실려 공장 건물에서 발사 장소로 옮겨진 다음 지상 거치대에 수직으로 세워진 뒤 발사됐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도 발사 장면을 참관했다.

강준구 기자, 워싱턴=전석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