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에서 언론계로’ 美 성추문 스캔들 일파만파

입력 2017-11-30 22:04 수정 2017-11-30 22:10
미국 NBC 방송 간판 프로그램 '투데이' 진행자인 맷 라우어. 사내에서 '부적절한 성적 행위'를 한 사실이 고발돼 29일(현지시간) 해고됐다.

미국 언론계에 성추문 스캔들이 계속 확산되고 있다. 스타급 언론인들이 29일(현지시간) 하루에만 3명이나 성추문에 연루돼 회사를 떠났다.

NBC방송은 아침 뉴스쇼 ‘투데이’ 첫머리에서 이 프로그램 진행자인 맷 라우어를 ‘부적절한 성적 행동’을 이유로 해고했다고 밝혔다. 라우어는 1997년부터 20년간 투데이를 진행하면서 안방시청자들에게 친숙한 유명 앵커다. 우리 방송계로 치면 유명 아침 프로그램 ‘아침마당’ 장수 진행자가 물의를 일으킨 셈이다.

NBC는 성명에서 “라우어가 성적으로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는 동료의 고발을 접수했다. 엄중한 조사를 통해 그가 회사 규정을 위반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실제 현지 가십 기사에는 라우어가 피해 여성들에게 행한 문제적 행위가 적나라하게 보도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NBC가 라우어에 대해 적어도 두 건의 추가 고발을 접수했다고 보도했다. 그 중 한 여성은 NYT와 익명 인터뷰에서 “라우어가 2001년 자신의 사무실로 불러 문을 잠그고 성폭력을 가했다”고 말했다. 잡지 버라이어티는 “NBC가 그동안 여러 차례 라우어에 대한 고발을 접수했음에도 대응 없이 사실상 그를 보호해 왔다“고 비판했다.

공영라디오방송 NPR의 데이비드 스위니 보도국장도 성희롱 혐의로 사임했다. 스위니 국장은 여직원 3명으로부터 ‘강제 키스’ 등 혐의가 제기됐다.

미네소타 라디오(MPR) 프로그램 ‘프레리 홈 컴패니언’ 진행자인 개리슨 킬러 역시 같은 날 해고당했다. 여성의 허리 등에 신체적 접촉을 한 혐의가 제기됐고, 조사 결과 사실로 확인돼 조치됐다.

이처럼 연이어 발생하는 폭로와 신고는 이른바 ‘와인스타인 스캔들’이 불러온 나비효과다. 할리우드 배우들은 지난달 유명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으로부터 당한 성폭력 경험을 잇따라 폭로했다. 이에 그간 각계에서 침묵하던 성폭력 피해자들이 신고대열에 동참, 유사한 비행을 저지른 유명 인사들이 줄줄이 드러나고 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