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보수 ‘폭망’했다…혁명적 변화 없이 다음 총선, 대선도 어려워”

입력 2017-11-30 19:46 수정 2017-11-30 21:16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30일 ““한국 보수정치가 이렇게 ‘폭망(심하게 망했다는 뜻의 인터넷 용어)'한 적이 없다”며 “보수가 혁명적 변화를 하지 않으면 내년 지방선거는 물론 2020년 총선, 2022년 대선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 대표는 이날 오후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초청 특별강연에서 이같이 전망하며 “어둡고 힘든 곳에서 보수 정치가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 몸부림 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 대표는 “바른정당 대표라 하면 낡은 보수와 개혁보수가 뭐가 다르냐는 질문을 받는데 아직 다른 점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점 100% 인정하고 반성한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이어 자신이 개혁보수라 생각하는 구상들을 ‘깨끗한 정치’와 ‘따뜻한 보수’ ‘정의로운 정치’ ‘안보와 경제에 유능한 보수’ 등으로 정리해서 설명했다. 그는 특히 ‘따뜻한 보수’를 강조하며 “보수가 이렇게 망한 원인이 단순히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순실씨에게 휘둘리고 국정농단가 사태 발생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보수가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사태 이후 20년 간 심각해진 양극화와 불평등, 불공정에 해답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최근 제주 고교생 현장실습 사망사건,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송파 세모녀 사건 등을 언급하며 “먹고 사는 문제로 고통 받는 문제에 대해 ‘저건 진보의 영역’이라고만 생각하고 관심과 공감을 못 갖는 보수라면 정치에 존재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경제와 안보를 강조하며 “경제 성장은 보수가 잘한다고 이야기했지만, 지난 20년만 봐도 (이명박·박근혜정부가) 김대중·노무현 정부에 비해 (경제 성장이)좋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수는 안보에 대해 ‘진보 (진영을) 믿을 수 없다. 저 사람들 불안하다’ 했지만 북한 핵·미사일 문제가 곪아터질 때까지 보수가 지키지 못한 점은 반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 대표는 강연 직후 학생들과의 질의 응답 과정에서 국민의당과의 통합 논의에 대한 질문을 받자 “(개혁 보수로) 가는 길에서 좋은 친구를 만나면 같이 가겠다. 다만 그 길을 포기하고 합당해서 의석수를 늘리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인위적인 당대당 통합은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