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하면 ‘참아라’는 반응만 돌아왔다.”
지난 9일 특성화고 졸업반 이민호군이 제주의 한 음료 공장에서 일하던 중 기계에 깔려 사망하는 등 청소년들의 현장실습 사고 잇따르고 있다. 이에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 중단과 청소년 노동인권 실현 대책회의’(대책회의)는 30일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 폐지를 촉구했다.
대책회의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 기자회견을 열어 “현장실습은 제대로 된 취업도 교육도 아니다”며 “단지 열악한 노동조건 안으로 직업계고 학생을 밀어 넣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성화고 졸업생인 복성현씨는 기자회견에 참석해 현장실습에 투입된 학생들의 고충을 전했다. 그는 “기숙사 안에서 샴푸가 얼고 철판에 팔이 다 긁히는 등 아무리 힘들어도 참고 일하던 친구들과 저는 운이 좋아 살아남았다”며 “사람이 죽어야만 관심을 갖는 것 같아 화가 난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에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을 하면 참으라는 반응만 돌아왔다”며 “함께 취업했던 친구 10명 중 1~2명 정도만 현장실습을 나갔던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책회의는 교육부도 강하게 규탄했다. 대책회의는 “교육부는 시·도 교육청, 학교와 하나 돼 현장실습생을 저임금으로 기업에 ‘파견’하는 용역업체가 됐다”며 “현장실습 문제 해결에 땜질 처방으로 일관해 매년 사고와 죽음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현장실습이 유지되는 한 실습생은 학생으로도, 노동자로도 존중받지 못하고, 다치거나 죽어갈 수밖에 없다”고도 말했다.
한편 이군 사건과 관련해 유족 및 시민단체들은 해당 음료제조 업체 대표를 비롯해 공장장 및 관계자들을 검찰에 고소·고발했다. 대책회의도 기자회견 뒤 이군 사고에서 드러난 현장실습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제주교육청과 해당 기업에 문책을 요구하는 의견서를 교육부에 제출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