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발리섬 아궁화산 분출로 발이 묶인 우리 국민들을 데려오기 위해 외교부가 마련한 전세기가 30일 현지로 향했다.
아시아나항공 긴급임시편 A330(290석)은 이날 오후 3시 인천국제공항을 출발, 발리 인근 수라바야공항에 오후 8시 40분 도착한다. 이 전세기는 밤 10시10분에 한국으로 출발해 다음달 1일 오전 7시30분에 인천공항에 착륙한다.
우리 국민의 안전한 귀환을 위해 전세기를 띄운다는 소식이 전해진 29일 오후 외교부 페이스북에는 찬사가 이어졌다. “이제야 국가시스템이 돌아간다” “나라다운 나라”라는 댓글이 이어졌다.
네티즌들은 2015년 네팔 대지진 때와 비교된다며 방송인 오상진씨가 지난 3월 jtbc ‘차이나는 클라스’에 나와 언급한 내용을 커뮤니티에 올려 공유하기도 했다.
오씨는 방송에서 “애국심이 흔들렸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오씨가 봉사활동을 위해 네팔에 도착하는 날 규모 7.8 강진이 발생했다. 이 지진은 사상자 3만명과 이재민 600만명을 낸 대참사였다. 귀국을 장담하지 못하는 긴박한 상황에 처하자 오씨는 당시 어렵게 외교부와 연락이 닿았다. 하지만 ‘귀국 비행기는 국토교통부에 문의하라’는 답변만 들었다.
오씨는 “당시 중국과 미국은 자국민 보호를 위해 전세기를 보내 탈출시켰다”며 “결국 스스로 중국 광저우를 거쳐 귀국할 수 있었다”고 씁쓸해 했다. 그러면서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지 않는다고 느꼈던 순간 애국심이 흔들렸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가 대형 전세기를 동원해 우리 국민의 귀국을 지원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2014년 리비아 내전과 2015년 네팔 대지진이 발생했을 당시 외교부는 전세기를 투입해 우리 국민의 귀국을 지원한 적 있다.
네팔 대지진 당시 수학여행을 떠났던 학생들이 현지에서 발이 묶인 상황에서 여진이 계속되는 등 위급한 상황이 이어졌지만, 정부 차원에서 기민한 대응이 이뤄지지 않았다. 연락이 원활하지 않아 불편을 겪는 경우가 많았고, 네팔 취항 국적기 자체가 주 1~2회밖에 없는 상황에서 전세기를 띄우는 데도 엿새나 걸렸다. 외교부에 예산이 없어 다른 부처에서 비용을 대기도 했다.
이번 전세기 투입은 네팔 대지진 당시 교훈이 작용했다. 외교부는 1년에 3차례 전세기를 투입할 수 있는 예산 15억원을 확보하고 2016년 6월 금호아시아나그룹과 ‘해외 대형 재난시 우리 국민 긴급대피 지원을 위한 업무협력 약정’을 체결했다. 발리 전세기는 이 약정에 따라 투입된 첫 사례이다.
현재 발리에는 우리 국민 700명 가량이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페북을 통해 버스 12대에 탄 276명 중 273명이 발리섬에서 수라바야 공항에 무사히 도착했다며 대피 현황을 전했다. 나머지 3명도 곧 도착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발리 공항은 화산 분출이 본격화 된 이후 잠정적으로 폐쇄됐지만 주간에만 운항한다는 전제아래 재가동되고 있는 중이다. 아시아나항공 전세기와 함께 대한항공도 발리 국제공항으로 특별기를 띄웠다.
대한항공 특별기는 276석 규모의 A330 기종으로 오전 5시51분 승객 없이 인천공항을 출발해, 같은 날 현지시간 오전 11시 46분 발리 공항에 도착한다. 이 항공기는 오후 1시 발리 공항을 출발해 오후 8시 55분 인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