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가자" 성폭행 호소 학생에게 합의 종용한 학과

입력 2017-11-30 16:28 수정 2017-11-30 16:35

부산의 한 대학 군사학과가 지난 5월 발생한 재학생 간 성폭행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하고 피해자에게 합의를 종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30일 노컷뉴스에 따르면 부산 남부경찰서는 지난 27일 학과 후배를 성폭행 혐의로 부산 모 대학 군사학과 재학생 A씨를 검찰에 송치했다.

지난 7월 B씨의 고소장을 접수한 경찰은 B씨의 주장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해 사건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B씨가 경찰에 제출한 고소장 따르면 B씨는 당시 학과 선배 A씨와 술을 마신 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B씨의 집으로 향했고, 이후 성폭행을 당했다.

B씨는 다음 날 A씨로부터 사과와 함께 "합의하자"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B씨는 “A씨의 사과를 받은 뒤 남은 대학 생활 등을 염려해 사건을 애써 외면했다”면서 “하지만 주변에서 나에 대해 나쁜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고소를 결심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A씨는 경찰 조사에서 강제성이 없었다며 법적 대응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뉴시스

한편 해당 학과가 성폭행 사건을 은폐하고 합의를 종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B씨는 “학과 측이 나와 가해자인 A씨를 한 자리에 동시에 불러 대면시키려 했다”며 “학과 관계자가 나에게 책임을 물으며 폭언을 하고 ‘학과를 위해 조용히 넘어가라’며 사실상 합의를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B씨는 학과 교수 등이 재학생을 상대로 외부에 사건이 알려지지 않도록 입단속까지 시켰다고 호소했다.

또 학과 측이 성폭행 사건을 인지하고도 대학 측에 보고 하지 않았으며, 대학 측 역시 뒤늦게 사건을 인지했지만 사실을 확인하거나 피해자를 보호하려는 조치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를 주장하는 B씨는 학교 측의 이 같은 대응 때문에 수개월 동안 A씨와 마주치는 등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학과 측은 고소장이 접수되기 전 학생 사이에서 벌어진 일탈 행위로 판단, 훈계 차원에서 두 사람을 불렀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학과 관계자는 "처음엔 학생 사이의 단순한 일탈 행위로 알고 있었다. 두 학생을 각각 불러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함께 훈계했을 뿐"이라며 "사건 발생 당시는 물론 고소장이 접수되기 전후에도 학생 사이에서 합의를 종용하거나 사태에 개입하려 한 적은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또 "피해 학생이 사건이 알려지는 걸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학교에 이를 공식적으로 보고하지 않은 것"이라며 "강제성 있는 조치는 할 수 없었지만,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로서 두 학생이 만나지 않게 하려고 최대한 노력했다"고 말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