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워싱’ 탈피한 디즈니… 할리우드가 지워낸 ‘관행’의 역사

입력 2017-11-30 16:23 수정 2017-11-30 17:25

‘화이트워싱’은 본래 ‘무엇을 덮거나 깨끗히 하다’는 의미를 지닌다. 하지만 현대 문화적 배경에서 이는 백인이 아닌 캐릭터에 백인을 캐스팅하는 할리우드계의 ‘관행’을 뜻한다.

예컨데 영화 ‘공각기동대’에서 스칼렛 요한슨은 일본인 사이보그를 연기했고, 틸다 스윈튼은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에서 티베트인 ‘에인션트 원’역을 맡았다. 닥터 스트레인지의 원작 만화에서 스윈튼의 캐릭터는 아시아계 남성으로 그려진다.

그간 이 같은 색깔 논란은 논란으로 인식되지 않은 채 할리우드계에서 관행으로 통용됐다. 하지만 세계 각층의 팬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배우와 감독, 영화사들이 각성하며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올 8월 영화 ‘헬보이’의 주인공에 할리우드 배우 에드 스크레인이 캐스팅됐다는 보도가 나오자 스크레인의 팬들은 각종 SNS로 비난을 쏟아냈다.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작품 ‘헬보이’의 주인공은 본래 일본계 미국인이기 때문이다. 팬들의 지적에 스크레인은 “캐릭터를 문화적으로 정확하게 그려내는 것은 관객에게 중요한 일”이라며 “무시할 수 없는 책임”이라고 말하며 캐스팅 거절을 발표했다.


이 같은 ‘색깔 논란’에는 디즈니사도 한몫했다. 올 9월 디즈니는 실사 영화 ‘알라딘’에 백인 배우 빌리 매그너슨이 앤더스 왕자 역할로 투입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앤더스 왕자는 알라딘 원작에는 존재하지 않는 캐릭터다. 이에 ‘백인을 캐스팅하려고 캐릭터도 새로 만든다’는 비난을 받았다. 논란이 불거지자 프로듀서 댄 린은 “백인 배우를 캐스팅하지 않겠다“며 “알라딘은 ‘페르시아의 왕자’ 같은 영화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댄 린이 언급한 2010년 디즈니 영화 ‘페르시아의 왕자: 시간의 모래’에서는 백인 배우 제이크 질렌할이 주인공인 페르시아 다스탄 왕자를 연기했다. 고대 이란 지역인 페르시아 왕자를 그리면서 미국 배우를 캐스팅했다며 도마에 올랐었다. 게다가 하얀 피부가 역할에 어울리지 않자 질렌할의 몸에 태닝 로션을 발라가며 영화를 찍은 것으로 전해져 비난을 더했다.


지난해 10월에는 디즈니 실사 영화 ‘뮬란’의 주인공에 백인 배우 제니퍼 로랜스가 물망에 올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화이트워싱’ 논란이 일었다. 만화 속 주인공의 인종과 관계없이 무조건 백인을 쓴다는 질타에 디즈니는 모든 배우를 아시아인으로 캐스팅하겠다고 발표했다.

뮬란 역에 적합한 배우를 찾으러 나선 디즈니는 전 세계를 누비며 1천명의 여배우 오디션을 봤다. 이렇게 디즈니는 30일 1000:1의 경쟁률을 뚫은 중국 배우 유역비가 뮬란 역에 캐스팅됐다고 발표했다. 2002년 중국 드라마 ‘금분세가’로 데뷔한 중화권 톱 배우 유역비는 배우 송승헌과 영화 ‘제3의 사랑’을 촬영하며 연인으로 발전했다.

중국 여배우를 캐스팅한 디즈니의 결정에 ‘디즈니 화이트워싱’을 비난하던 사람들은 환호했다. 당시 백인 배우가 뮬란 역에 캐스팅된다는 보도에 ‘화이트워싱 된 뮬란을 원치 않는다’는 청원 글이 11만2000명의 서명을 돌파하며 화제를 모았었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