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게 왜 맞을 짓을 해”…폭행 피해자에게 경찰이 한 말

입력 2017-11-30 15:51 수정 2017-11-30 16:47

강간미수 사건의 피해자에게 “네가 예뻐서 그랬나 보다”라고 말하는 등 경찰이 ‘2차 피해’를 가했다고 주장하는 사례들이 공개됐다.

한국여성의전화 등 424개 여성단체가 참여한 ‘경찰의 여성폭력 대응 전면쇄신을 위한 공동행동’(공동행동)은 3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온라인을 통해 수집된 112건의 경찰에 의한 2차 피해 사례를 폭로했다.

이들은 지난 9일 “한국여성의전화부설 가정폭력피해보호자 시설에 가해자가 침입해 난동을 부렸는데도 경찰이 무대응으로 일관했다”고 주장하며 경찰을 규탄했다. 이후 SNS에 ‘#경찰이라니_가해자인줄’이라는 해시태그 캠페인을 시작했다. 네티즌들은 해시태그와 함께 경찰로부터 받은 2차 피해 사례를 증언하는 글들을 게시했다.

여성의전화는 글을 올린 일부 작성자들과 연락을 취했고 허락을 받아 112건의 사례를 추려냈다. 제보된 내용에 따르면 한 피해자는 스토킹 범죄를 당한 후 경찰에게 “예뻐서 좋겠다”는 말을 들었다. 남자친구 주먹에 코를 맞아 신고한 피해자에게는 “못생겨서 성형하려고 일부러 그런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경찰은 또 아버지에게 맞아 피범벅 된 얼굴로 경찰서로 도망 온 피해자에게 “그러게 왜 아빠한테 반항하고 그러냐”며 “나도 네 나이 때는 맞고 자랐다”고 훈계했다. 같은 이유로 아버지를 신고한 또 다른 피해자에게도 “남자의 자존심을 건드려서 일이 난 것 아니냐”고 다그쳤다.

한 여성은 부엌칼을 들고 협박성 말을 퍼부은 남동생을 신고하자 “이 나이까지 시집도 안 가고 집에서 사는 너도 문제”라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폭행 당한 여성에게 “그러게 왜 맞을 짓을 했냐” “너 하나 때문에 무슨 고생이냐” 등의 말을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공동행동은 “경찰은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변화’를 선언하지만 이제는 더이상 말뿐이 아닌 피해자가 체감할 수 있는 온전한 변화가 시작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문지연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