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진료’ 행위를 방조하고 ‘비선 실세’ 최순실씨에게 차명폰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영선 전 청와대 경호관이 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이 전 경호관은 집행유예 선고로 풀려나게 됐다.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윤준)는 30일 ‘주사 아줌마’ ‘기 치료 아줌마’ 등의 청와대 출입해 박 전 대통령에게 비공식 의료행위를 하도록 방조한 혐의(의료법 위반 방조)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 전 경호관의 항소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깬 것이다.
이 전 경호관은 2013년 10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타인 명의의 차명 휴대전화 52대를 개통해 박 전 대통령과 최씨 등에게 양도한 혐의(전기통신사업법 위반)와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 정당한 사유 없이 불출석하고(국회 증언·감정법 위반) 헌재 탄핵심판 사건에서 허위 증언한 혐의(위증)도 있다.
앞선 1심 재판부는 이 전 경호관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의 충성심은 국민을 향한 것이어야 함에도 대통령과 그 주변 사람들의 그릇된 일탈을 향하여 그 충성심을 다함으로써 결국 국민을 배신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며 “주사·기치료 아줌마 등 속칭 비선 의료인들을 청와대에 출입시켜 대통령에 대한 무면허 의료행위 하도록 한 것은 자칫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대통령의 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행위”라고 밝히며 법정 구속했다.
하지만 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이 전 경호관이 혐의를 대부분 인정하면서도 박 전 대통령 등 상부지시를 거부하기 어려웠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직위나 업무내용에 비춰보면 청와대 내에서 박 전 대통령이 무면허 의료행위를 받으려고 했던 의사나 지시를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궁극적 책임은 대통령 자신에게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십 대의 차명폰을 제공한 것 역시 박 전 대통령의 묵인 하에 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 등 상관 지시에 따라 한 것으로 보인다”며 “만약 피고인이 대통령 비서실에서 상당한 지위를 갖고 있었다면 차명폰을 제공하는 행위는 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위증 혐의에 대해서도 “위증은 큰 잘못이지만 그 증언이 대통령의 탄핵 여부를 좌우하는 것은 아니었다”며 “헌재는 피고인의 위증에도 불구하고 탄핵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전 경호관이 ‘국정농단’의 주범이나 공범이 아니며 자신의 행위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 이 사건으로 이미 청와대 경호관에서 파면된 점 등도 참작해 감형했다고 설명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