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 ‘김활란 친일행적 팻말’ 결국 철거…학생들 “그런다고 역사가 없어지나”

입력 2017-11-30 14:55
1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본관 앞에 있는 김활란 설립자 동상 앞에서 '김활란 친일행적 알림팻말'이 설치돼 있다. 이화여대 친일청산 프로젝트 기획단 지난 3월부터 김 전 총장의 친일행적을 알리고 1022명에게 지지서명과 모금을 받았다. 사진=국민일보 최현규 기자

이화여자대학교 학생들이 김활란 초대 총장 동상 앞에 설치한 ‘김활란 친일행적 알림 팻말’을 결국 학교 측이 철거했다.

30일 이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학생처는 지난 27일 본관 김활란 동상 앞에 설치됐던 김 전 총장의 친일행적을 알리는 팻말을 철거했다. 앞서 학생처는 ‘이화 친일 청산 프로젝트 기획단’에 24일까지 자진 철거할 것을 요청했으나 기획단은 이를 거부했다.

이대 측은 뉴시스에 “영구 공공물의 교내 설치는 ‘건물 등의 명칭 부여에 관한 규정’에 따라야 한다”며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통해 학생들에 알렸으며 이에 따라 철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학교는 철거 당일 홈페이지를 통해 기획처장·학생처장·총무처장 등 명의로 ‘김활란 친일행적 알림 팻말에 대한 관련 부처의 입장’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기획단은 입장문을 내고 “팻말을 치운다고 김활란의 친일 행적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학교를 규탄했다. 이어 “학교는 이화인들이 지속 제기해온 교정 내 친일파 동상 문제에 대해 자기성찰이나 토론을 하지 않고 침묵으로 문제를 은폐해왔을 뿐”이라며 “팻말을 치우는 데 급급하다 최소한의 통보도 없이 기습적으로 철거해버렸다”고 비판했다.

사진=국민일보 최현규 기자

이화여대 학생처가 지난 27일 본관 김활란 동상 앞에 설치됐던 김 초대총장의 친일행적을 알리는 팻말을 철거한 뒤 김활란 동상 모습. 뉴시스

앞서 기획단과 이대 총학생회 등은 지난 13일 ‘김활란 친일행적 알림팻말 제막식’을 열고 팻말을 설치했다. 1022명의 이대 학생들의 서명과 모금으로 제막된 팻말이다.

이들이 설치한 팻말에는 김 전 총장의 대표적 친일행적이 적혔다. 민족문제연구소의 자문을 받아 작성된 것으로, 김 전 총장이 일제 조선총독부 강사, 조선부인문제연구회 상무이사 등의 자리를 맡으며 친일 행위를 했다는 내용이 골자다.

김 전 총장이 1942년 12월 ‘신시대’에 기고한 글 일부도 담겼다. “이제는 반도 여성 자신들도 아름다운 웃음으로 내 아들이나 남편을 전장으로 보내야...(중략)...우리도 국민으로서 최대 책임을 다함으로써 진정한 황국 신민으로서의 영광을 누리게 된 것을 생각하면 얼마나 황송하고 감격스러운지...”와 같은 문구다.

그간 이대 학생들은 학교 이슈가 있을 때마다 김 전 총장 동상에 항의 의사를 표시해왔다. 지난 2월에는 차기 총장 선출 방식에 대한 항의로 동상에 대형 비닐을 씌우는 퍼포먼스도 진행된 바 있다.

문지연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