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30일 기준금리를 인상한 가운데,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금리인상 기조에도 관심이 쏠린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이미 기준금리 인상 열차에 탑승했다. 낮은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열차의 속도는 느린 편이다. 아직 금리를 인상하지 않은 중앙은행들도 경제·물가 상황을 고려해 인상 타이밍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다음달 금리인상을 기정사실화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지명자는 지난 28일(현지시간) 청문회에서 “12월 금리인상 여건이 뒷받침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양적완화 정책에 대해서도 “보유자산 4조5000억달러(약 5000조원) 중 2조5000억~3조 달러 가량을 줄이는 게 적당하다”고 밝혔다. 하나금융투자 김두언 선임연구원은 “미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가팔라지면 좀 더 통화정책의 고삐를 당길 수 있다”며 “물가 상승률이 현재 상황이라면 내년 세 번 정도 금리인상이 예상 된다”고 말했다. 영국중앙은행은 지난 2일 10년 만에 기준금리를 올렸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자산시장의 과열을 진정시키기 위한 금리인상에 동의하고 있다. 다만 물가 상승률이 생각만큼 오르지 않고 있다는 게 걸림돌이다. 파월 지명자는 물가상승률이 목표치(2%)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놀랍다. 연준에서 세심하게 지켜보며 토론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연준은 물가상승률을 보면서 점진적 통화 긴축 기조를 이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전 세계적으로 시간제 근로자 비중이 높아지고, 노동 생산성 증가가 둔화되며 저물가가 굳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저물가 상황에서 섣불리 금리를 올리면 경기가 둔화될 수 있다.
유럽중앙은행도 양적완화 축소를 예고하면서도 아직 기준금리는 인상하지 않고 있다. ECB는 월간 600억 유로(약 80조원)인 채권 매입 규모를 절반으로 축소할 계획이다. 일본도 기준금리 인상에 신중한 상황이다. 일본은 20년째 낮은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면서 공격적인 양적완화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다만 내년 국제유가의 상승 등에 따라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올라가면 주요국 금리인상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NH투자증권 박종연 연구원은 “국제유가 반등과 낮은 실업률로 내년 하반기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도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