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이재명 ‘첫 격돌’…“文정부 정치보복” vs “도둑질도 용서해야 하나?”

입력 2017-11-30 13:22
사진=뉴시스

남경필 경기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이 문재인정부의 적폐청산을 두고 설전을 벌였다. 내년 경기도시자 자리를 놓고 싸울 잠재적 경쟁자인 두 사람이 공개방송을 통해 처음 격돌한 것이다.

남 지사와 이 시장은 3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현 정부의 적폐청산 작업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먼저 입을 연 남 지사는 “검찰이 수사하는 방식과 모양이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갈등을 일으키면서 통합과 멀어지는 것도 과거와 다르지 않아 정치보복의 길로 점점 들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 시장은 “수사의 방식이 문제가 아니라 수사의 대상이 문제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며 “죄를 많이 지었으니까 그 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들이 정치권력을 가지고 있던 정치적 상대자니까 용서해야 한다는 말은 ‘경기에서 패자니까 반칙해도 된다’ ‘국민들 사이에 분란이 생길 수 있으니 도둑질해도 용서해야 한다’는 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시장은 “통합을 위해 적당히 봐주자, 수사하더라도 다 골라내는 게 아니라 균형을 맞추자는 말이 (이해가 안 된다)”며 “어느 집은 도둑이 1명 있고 어느 집은 10명 있을 때, 1명씩 맞춰서 잡아야 되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치보복이라고 하는 개념을 오해하거나 국민들에게 혼란을 주는 것 같다”며 “구체적으로 뭐가 정치보복에 해당하는지 예를 하나 들어봐 주시면 좋겠다”고 요구했다.

마이크를 넘겨받은 남 지사는 “집권당 대표가 먼저 수사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 바로 정치보복으로 가는 길”이라며 “패배한 쪽을 지지했던 사람들이 ‘승자들이 과거를 너무 과도하게 한쪽으로만 판다’는 느낌이 들었을 때 정치보복으로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때 대통령께서 집권당 대표에게 준엄하게 ‘이렇게 하지 말라’라고 얘기를 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에 대해 이 시장은 “그건 대통령에게 월권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여당 대표가 했다는 얘기는 없는 죄를 뒤집어씌우라는 게 아니라 문제가 있다는 기사나 근거를 보고 얘기한 거다. 야당도 여당의 의원들이든 문제 있는 정치인을 지적할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하며 “통상적인 정치활동이나 권한행사를 두고 왜 자꾸 여와 야를 가르시냐”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패배한 사람들의 집단이 문제가 있다고 느끼면 문제’라는 말은 도둑이 반항하면 다 이유가 있다는 말과 똑같다”며 “최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특검해야 되니까 검찰수사 하지 말자’ 하다못해 정무수석한테 ‘우리 의원들 잡아가지 말라’고 한 것들이야말로 정치가 검찰수사에 개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 지사도 “홍 대표의 언사는 잘못된 것”이라고 동의했다. 하지만 “집권여당 대표와 의원들이 필요 없이 정치갈등을 일으키고 수사 가이드라인을 댄 것처럼 얘기하니 대통령께서 끊어주셔야 한다는 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패배한 집단을 얘기하는 게 아니고 패배한 사람들을 지지했던 많은 국민을 이야기한 것”이라고 바로잡았다.

문지연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