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 계층’ 北 귀순 병사의 가족은 무사할까?

입력 2017-11-30 11:04
(사진=뉴시스) 지난 13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귀순 북한 병사가 지프 차량에서 내려 남측으로 달리고 있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으로 13일 귀순한 병사 오청성이 북한군 고위 간부의 아들로 알려지면서 그 가족의 안위에 관심이 쏠렸다.

채널A는 29일 국회 국방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탈북 병사가 우리의 중령 계급에 해당하는 북한군 헌병 간부의 아들”이라고 보도했다. 오씨의 아버지가 현재 복무 중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강건종합군관학교를 졸업한 ‘엘리트’로 알려졌다. 강건종합군관학교는 우리의 육군사관학교에 해당한다.


공동경비구역의 업무 특성상 이곳에는 주로 일반병이 아닌 부사관을 배치한다. 이에 JSA에는 비교적 좋은 집안의 자제들이 근무하고 있다. 또 북한에선 출신이 좋아야 고위 간부의 차를 몰 수 있는데 귀순병은 운전병으로 밝혀졌다. 보통 발 싸개를 쓰는 일반 병사와 다르게 고위 군 간부의 운전병은 양말을 신는데, 오청성은 탈북 당시 하얀 양말을 신고 있었다고 한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채널A에 “영관급이라고 하면 김정은 정권의 버팀목이라 할 수 있는 엘리트 층”이라며 “탈북은 체제 이완의 증거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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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청성은 탈북에 성공해 무사히 한국에 도착해 수술을 거쳐 몸을 회복하고 있으나 그의 가족의 안위가 걱정되는 상황이다. 북한은 탈북을 시도하다 적발된 주민을 처형하며 탈북을 시도한 가족을 몰살하기도 한다.

한 고위 탈북자는 30일 ‘월간 조선’에 “탈북을 시도했다는 이유로 가족을 몰살하는데, 고위급 자제가 공동경비구역 군사분계선을 넘어 귀순했으니 그 가족은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2년 반 전 탈북해 한국에 거주 중인 이태원씨는 이달 9일 북한 전문 매체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탈북 주민들이 처하게 되는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이씨의 아내와 네 살을 갓 넘긴 아들은 이달 4일 중국 공안에 체포됐다.

그는 “우리 북한 사람들이 그런 데 잡히면 돌아가서도 처형당하고 죽으니까 거기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많다”며 “제발 그런 일 없이 한국으로 무사히 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또 아내에게 “어떻게든 한국에 올 수 있으니까… 나쁜 마음 먹지 말고, 제발 살아서 한국으로 왔으면 좋겠다”고 거듭 전했다.

이씨는 “중국 정부가 아무리 공산주의라도 네 살 어린이까지 죽일지는 모르겠다”며 “하지만 그 어린 나이에 관리소 같은 정치범 수용소에 들어가면 평생을 나오지 못한다”고 밝혔다.

2013년에는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 암살에 실패한 공작원들의 가족이 전원 숙청당하는 일도 있었다. 당시 ‘월간조선’은 2010년 6월 김정남을 암살하라는 지령을 받고 중국서 활동하다 남한에 직파된 공작원 김모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를 전했다.

김씨는 매체에 “황장엽 암살하려고 들어온 정찰총국 애들 있지 않습니까. 걔네 가족 다 죽었습니다”라며 “가족이 무슨 죄가 있습니까. 제 가족도 다 죽었을 겁니다”하고 말했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