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9호선은 ‘지옥철’로 불린다. 출·퇴근시간 일부 구간의 혼잡도는 한때 200%를 넘었다. 국토교통부가 표본화한 지하철 혼잡은 1㎡ 안에 3명이 선 상황을 말한다. 이 경우 열차 1량에 160명이 들어간다. 이때 혼잡도가 100%다. 9호선 혼잡도는 그 2배라는 뜻이다.
혼절해 쓰러지는 승객이 없는 게 신기할 정도다. 지금은 서울교통공사로 통합된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 그리고 민간 운영사인 서울9호선운영 주식회사가 2014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제출했던 자료에서 혼잡도 1~4위는 모두 9호선 급행이었다. 모두 200% 이상의 혼잡도를 기록했다.
혼잡도 237%로 1위의 ‘오명’을 썼던 9호선 염창역과 당산역 사이 구간은 매일 오전 7시50분부터 8시20분까지 열차 1량에 380명가량이 탑승했다. 한때 ‘지옥철’ 타이틀을 갖고 있었던 2호선이 2005년 기록했던 혼잡도 225%를 뛰어넘는 수치였다. 당산역과 여의도역 사이 구간은 235%, 노량진역과 동작역 사이 구간은 216%, 노량진역과 여의도역 사이 구간은 212%로 별반 차이 없이 혼잡도 순위에서 뒤를 이었다.
혼잡도는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혼잡도를 200% 밑으로 내렸다는 소식이 뉴스로 전해질 정도다. 서울시는 지난해 9월 출근시간 9호선 가양역에서 신논현역까지 셔틀형 급행열차를 도입한 결과 오전 7시40분부터 8시10분까지 염창역 급행 혼잡도를 162%로 떨어뜨렸다고 밝혔다. 그래도 혼잡도는 100%를 훌쩍 넘었다.
9호선 혼잡의 원인은 한 대당 4량뿐인 열차 수에 있다. 9호선은 민간자본이 투입된 첫 노선이다.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은 대전이나 광주에서 운행 중인 4량짜리 열차를 서울에 처음 도입했다. 1, 2호선을 능가하는 ‘지옥철’은 그렇게 탄생했다. 신논현역에서 개화역 사이를 뚫어 처음 개통했던 2009년 7월부터 지금까지 한 대의 열차 수는 그대로 4량이다. 1량도 늘지 않았다. 한 대당 최대 10량씩 연결된 서울교통공사 운영 노선들과 차이가 있다.
9호선은 30일 아침 출근시간 열차 고장으로 큰 혼잡을 빚었다. 서울9호선운영 주식회사 관계자는 “오전 7시25분 김포공항역에서 신논현역으로 출발하려던 급행열차에서 출입문 고장이 발생했다. 이 열차는 대기 중이던 후속 차량으로 교체됐다”며 “지연 시간은 수십초에서 수분 정도지만 기존의 혼잡도와 승객 폭주로 노선 전체가 순연됐다”고 밝혔다.
혼잡도가 높은 9호선의 지연은 출근 대란으로 이어졌다. 지각한 직장인과 학생들이 속출했다. 동작역의 한 승객은 “평소 한 대를 보내고 두 번째 열차에서 탑승할 수 있었지만, 오늘은 세 번째 열차에서도 탑승을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승강장에 인파가 몰렸다”며 “오전 8시47분 이 역에 도착해야 할 열차가 신논현역에 멈춰 있다. 안내방송도 나왔다”고 말했다.
서울9호선운영 주식회사 노동조합 파업은 출근 대란을 가중한 요소로 작용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노조는 이날 부분 파업에 들어갔지만, 출근시간인 오전 7~9시 열차 편성 수는 평소와 같았다. 9호선은 파업이 예고된 12월 5일까지 엿새 동안 같은 시간 열차 운행을 평소와 같이 편성할 계획이다. 다만 퇴근시간인 오후 5~7시에는 85%, 나머지 시간에는 50% 수준으로 열차 편성이 각각 단축된다.
김철오 우승원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