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호선 파업 기관사 “다들 졸면서 운전… 시한폭탄 돌아다녀”

입력 2017-11-30 10:16

30일 아침 서울시 지하철 9호선이 부분 파업에 돌입하면서 출근길 혼란을 빚었다. 열차 고장까지 겹치며 시민들의 한숨은 더해갔다. 서울9호선운영 주식회사 노동조합은 30일부터 12월5일까지 엿새간 부분 파업에 들어간다.

“8~9년간 참아왔다”는 9호선 10년차 기관사 윤민순(39)씨는 28일 민중의소리에 “다들 졸면서 운전한다. 시한폭탄이 돌아다니고 있다”며 파업 배경을 설명했다. 이들이 원하는 건 지하철 안전운영을 위한 인력 충원이다.


9호선에서 10년간 일해온 기관사 윤씨는 28일 민중의소리 기자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새벽 4시20분에 출근하는 윤씨는 개화역에서 종합운동장으로 29개 역을 지나는 일반 열차를 2회, 총 3시간30분간 운전한다. 또 김포공항에서 종합운동장까지 11개 역을 거치는 급행열차도 2회 운행한다.

하루 총 5시간 이상 운전대를 잡고, 야간 당직 날에는 오후3시부터 다음날 새벽2시까지 일한다. 새벽부터 시작되는 운행에 그는 “주로 4시간 정도 자지만, 단 한번도 숙면은 해 본적 없다”고 말했다. 과중한 업무 강도에 최근 한 여성기관사가 운행을 끝낸 뒤 개화역에서 쓰러지는 일도 있었다.

윤씨는 “40대 이상의 기관사들은 9호선의 업무 강도를 버텨낼 수 없다”며 “9호선이 움직이고 있는 건 기관사들의 젊은 피를 수혈받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9호선 기관사들의 평균 나이는 30대라고 한다.

9호선 기관사들은 매일 아침 졸면서 운전하고 있다. 윤씨는 “이걸 차마 저의 입으로 말하기가 치욕스러운 거거든요”라며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잠이 와서, 서 있는 채로 고꾸라지는 순간도 있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기관사로서 해야 할 사명이 있고, 의무가 있는 데 그걸 못하고 꾸벅꾸벅 졸고 있는 게…”라고 하며 눈물을 흘렸다.

이어 “인원 충원이 돼야 합니다. 안 그러면 다 죽어요. 운전하는 사람도 죽고, 차를 타는 승객도 죽습니다”고 호소했다.

기관사뿐만 아니라 역 안의 인력도 부족하다. 윤씨는 “노들역, 국회의사당역은 그렇게 넓은 데 역 직원이 1명밖에 없다”며 “1명이 넓은 영역을 커버할 수 있느냐 이거죠”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관사는 졸고 있지, 역에는 꼴랑 한 명있지”라며 “시한폭탄이 계속 돌아다니는 거예요”하고 밝혔다.


“기관사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승객이 가족 같아졌다”는 윤씨는 “이제는 제 가족 같은 분들을 좀 더 안전하게 태우고 싶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지하철을 놓칠까 막 뛰어오시는 분들의 얼굴에 다급함이 보이고, 제가 다시 문을 열어서 그분들을 태우면 고맙다고 벽을 두들기신다”며 “거창한 건 아니지만, 그 소소함이 좋았다”고 지금까지 버텨온 원동력을 설명했다.

윤씨는 마지막으로 “저희가 하는 싸움이 시민들의 안전을 위한 싸움이고, 그분들이 내는 세금이 새어나가는 걸 막기 위한 싸움”이라고 전했다. 또 “저희 근무 환경을 개선해 안전한 9호선을 만들기 위해 싸우고 있는 것이니까 시민들이 저희 외롭지 않게 힘 좀 많이 실어줬으면 좋겠습니다”고 부탁했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