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돈을 풀어(재정 확대) 경기를 살리겠다고 나선 정부가 공언한 게 있다. 바로 지출 구조조정이다. 일자리나 복지 등엔 아낌없이 쓰겠지만 줄여도 될 예산은 최대한 아껴 재정 누수를 막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사회간접자본(SOC)에 이어 정치자금도 구조조정을 하겠다고 나선 배경이다. 우선 부적절하게 지출된 선거 보전 비용을 회수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방안은 올해 말까지 준비하기로 했다. 내년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부터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29일 국회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치자금 지출 구조조정을 위해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개정 작업이 진행 중이다. 정부가 지난 9월 28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확정·발표한 37개 재정혁신 추진과제 중 하나인 ‘선거보조금 지원 방식 합리화’ 방안 마련을 위한 수단이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기재부가 손발을 맞추고 있다.
공직선거법은 두 가지 관점으로 살펴보고 있다. 우선 정치자금법과 겹치는 선거보조금이 문제다. 선거보조금은 서로 다른 2개의 법을 근거로 선거 전과 후에 이중 지급된다. 모두 국민 세금이다. 특히 선거 이후 정당에서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하는 영수증은 사용처를 불문하고 전액 지급하는 구조다. 기재부 관계자는 “선거 때마다 300억∼400억원의 이중 지급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나머지 하나는 정병국 바른정당 의원 등이 발의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담겨 있다. 이 개정안은 당선 무효가 될 법한 죄를 범해 기소되거나 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되면 판결 확정까지 기탁금 반환 및 선거비용 지급을 유예토록 했다. 선고 확정 이후 환수토록 규정한 현행법 구조에선 당선 무효자로부터 실제로 환수하는 금액이 적기 때문이다. 최근 10년간 반환 대상자 224명에게서 환수해야 할 307억원 가운데 반환된 금액은 104억원(33.9%)에 불과하다. 특히 미반환 금액 중 59억원은 징수권 소멸시효 경과 등으로 징수 자체가 불가능하다.
정치자금법은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4월 대표 발의한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 후보자가 선거운동 기간 사퇴할 경우 정부가 소속 정당에 지급한 선거보조금을 환수하는 내용이다. 선거 후보자 등록 마감일 이후 2일 이내에 정당에 선거보조금을 지급하도록 한 현행법에 환수 규정이 없다는 점을 보완한 것이다. 2012년 치러진 18대 대선에서 통합진보당 후보였던 이정희 전 의원이 선거운동 중 사퇴했지만, 선거보조금 환수가 없었다는 점이 개정안을 촉발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연말까지 지출 구조조정안을 내놓기 위해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의 지출 구조조정안에 국회 관련 예산은 포함되지 못했다. 국회는 예산 심의 과정에서 내년도 인건비 예산을 67억원 증액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