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갑 경고그림 1년… “플레인 패키징 도입하자” 목소리

입력 2017-11-30 07:23

담뱃갑에 경고그림을 도입한 지 1년이 지났지만 효과가 미미해 더 강한 흡연규제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담배 포장을 경고문구 등으로만 채우는 ‘플레인 패키징(Plain Packaging)’ 도입까지 거론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국가금연지원센터는 30일 열리는 담뱃갑 경고그림 시행 1주년 기념포럼에 앞서 29일 서울 중구 남산스퀘어빌딩에서 사전 설명회를 열고 경고그림 등 향후 금연정책의 방향과 전략을 제시했다.

이성규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겸임교수는 “내년 12월부터 새롭게 사용되는 2차 경고그림은 크기를 더 키우고 지금보다 금연에 효과적인 그림을 넣어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 플레인 패키징을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플레인 패키징은 모든 담배 포장을 올리브색 등 한 가지로 통일하고 담배 브랜드나 광고성 문구, 이미지를 넣지 못하게 하는 제도다. 광고 대신 경고문구와 끔찍한 질병 사진이 담뱃갑 겉면을 꽉 채우는 포장법이다. 2012년 오스트리아가 처음 이 제도를 시행했고, 태국도 올해 법규를 마련했다. 효과가 강력한 흡연규제 정책으로 꼽힌다.

이 교수는 “올해만 해도 영국과 프랑스가 플레인 패키징을 도입했고, 20여개국이 관련법을 준비했다”며 “한국도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국내 시판 중인 담뱃갑에는 구강암 후두암 등 10가지 경고그림이 표지면적의 30%, 경고문구가 20%를 차지하는 데 그친다. 경고그림이 도입된 후인 올 1∼9월 담배판매량 추이를 보면 전년 동기(27억6500만갑)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는 26억7500만갑으로 집계됐다. 담뱃값을 올린 뒤 판매량이 10억갑가량 감소했던 2015년과 비교해 금연 성과가 저조했다.

정부의 담배 광고규제 정책도 미흡하다고 포럼 참가자들은 지적했다. 세계적으로 판매점 담배 진열을 금지하는 곳은 58개국에 이르지만 한국은 규제하지 않는다.

건강증진개발원 조사에 따르면 전국 학교 주변 200m 이내 지역의 담배판매점 3000곳 중 91.0%에서 담배를 광고하고 있었다. 편의점의 담배 광고는 곳당 평균 25개나 됐다. 담배 진열 시 경고그림을 가리는 곳도 28.3%에 달했다.

오렐리 베르뎃 스위스 로잔대 박사는 “베른대 연구진이 최근 사용이 급증하는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의 유해성을 분석했다”며 “국제암연구소가 지정한 1군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와 벤조피렌 등이 검출됐고, 니코틴 농도 역시 일반 담배와 비슷했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가격 인상, 경고그림 부착 등 규제 정책을 담은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한다. 법안이 법사위에 이어 다음 달 9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통과하면 다음 달 16일부터 가격은 인상되고, 6개월 뒤 경고그림이 도입된다.

아울러 복지부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질병관리본부, 기획재정부 등과 함께 가향·캡슐담배 규제 방안을 내년 상반기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글=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