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찌르겠다고 새벽에 쐈지만… 이틀 전 알고 있었다

입력 2017-11-30 07:19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전 6시 ‘지하벙커’로 불리는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우리를 핵으로 위협하거나 미국이 선제타격을 염두에 두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제공

북한이 29일 새벽 기습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5형’을 발사했지만 군 당국은 도발 징후를 최소 이틀 전 파악하고 있었다. 한·미·일은 감시 태세를 강화했고 이에 따라 발사 직후의 대응도 발 빠르게 이뤄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참모진에게 “도발 가능성을 국민들에게 공개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오전 3시18분이다. 이 시각에 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건 처음 있는 일이다. 발사 장소 또한 평양에서 북쪽으로 30㎞ 떨어진 평남 평성 일대 개활지로 확인됐다. 군 관계자는 “상당히 특이한 시간대에 미사일을 발사했다. 평성 일대에서 발사한 것도 처음”이라며 “노출을 최대한 경계하며 기습발사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새벽 발사를 선택한 것은 미국의 요격 가능성을 피하고, 한·미의 감시를 따돌리기 위한 의도로 분석된다.

그러나 군 당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를 사전에 알고 있었다. 최근 미사일 궤적을 추적하는 레이더를 가동하는 등 북한군의 특이동향이 포착됐다. 지난 27일 미사일 발사 준비 과정에서 관측되는 특정 전파 신호가 잡힌 것은 결정적이었다. 이와 관련, 일본 정부가 북한 전파 신호를 포착해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하기도 했다. 군 당국은 한·미·일 3국이 감시 자산을 통해 확보한 관련 정보를 긴밀히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발사 사실을 감시 자산인 E-737(피스아이) 조기경보기를 통해 즉각 감지했다. 동해상에서 작전 중이던 이지스 구축함의 탄도탄 조기경보 레이더도 미사일 궤적을 확인했다. 합참 관계자는 “새벽에 도발 징후를 확실히 포착했다”며 “해군 이지스 구축함, 육군 미사일부대, 공군 KF-16 전투기가 작전지역까지 사전에 은밀 기동해 순차적으로 동시 정밀타격 능력을 과시했다”고 설명했다.

군은 최소 발사 이틀 전인 지난 27일 도발 징후를 청와대에 보고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27일 오후 지·해·공 미사일 합동 정밀타격 훈련 권한을 정경두 합참의장에게 위임한 사실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미사일 도발 시 대통령의 재가를 기다리지 말고 즉각 군사 대응을 하라는 취지다. 실제 군의 정밀타격 훈련은 북한 미사일 발사 5분 만에 이뤄졌다.

문 대통령은 또 28일 오전 9시쯤 청와대 현안보고회의에서 참모진에게 “북한 미사일 발사 징후가 임박했음을 국민들께 알리라”고 지시했다. 정부가 도발 가능성을 사전에 파악한 만큼 이를 공개해 사회적 충격을 최소화하려는 취지였다. 이에 따라 합참은 28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북한의 미사일 동향을 설명하고 “군은 북한의 모든 도발 가능성에 대비해 한·미 공조 하에 면밀히 추적 감시 중”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에서 대변인 정식 브리핑을 통해 발표하면 국민들이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측면도 있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국방부가 발표하는 방식을 취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의 대응 조치도 신속했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28일 밤 문 대통령에게 미사일 발사가 조만간 확실시된다는 군 당국의 조사 결과를 보고했다. 정 실장은 이어 발사 1분 뒤인 오전 3시19분 문 대통령에게 직접 발사 사실을 1차 보고했고 5분 후 상세한 2차 보고가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즉각 국가안전보장회의 전체회의 소집을 지시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