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홍준표 “나는 품격 없다. 정치는 품격으로 하는 게 아니다”

입력 2017-11-29 17:49 수정 2017-11-29 19:31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비공개 회의에서 품격을 요구하는 한국당 의원의 당부에 “나는 품격이 없다”며 “정치는 품격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자신을 비판한 한국당 의원들에 대해 또다시 맹공을 퍼부은 것으로 전해졌다.
 
홍 대표는 당내 비판을 부당한 공격으로 규정지은 뒤 “나도 친위대를 만들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대표가 당내 비판 목소리에 대해 전면전 의지를 밝힘에 따라 한국당 내홍사태는 더욱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당은 29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당대표·최고위원·3선의원 연석회의를 가졌다. 비공개 회의에서 홍 대표는 ‘막말’과 사당(私黨)화 논란을 둘러싼 당내 비판적인 목소리에 대해 많은 말을 쏟아냈다.

한 의원이 “대표가 품격을 갖췄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에 홍 대표는 “그래, 나는 품격이 없다”고 쏘아붙였다고 한다. 이어 “한국 정치에서 가장 품격이 있었던 사람은 이회창 전 총재였으며, 가장 품격이 없었던 사람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라고 단정지은 뒤 “두 사람의 대결에서 노 전 대통령이 승리했다. 정치는 품격으로 하는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고 여러 참석자들이 전했다.

홍 대표는 한국당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자신에게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는 이주영 나경원 등에 대해 실명을 거론하지 않은 채 거듭 비판했다고 한다.

홍 대표는 이 의원을 향해 “내가 청주지검에서 검사로 근무할 때, (청주지법에서 판사로 근무했던) 어떤 사람이 법정 (재판 과정)에서 내 이름이 바뀐 것을 알았는데, 마치 자신이 내 이름을 개명해준 것처럼 말하고 다닌다”고 비난했다.

‘막말’이라며 홍 대표를 비판했던 나경원 한선교 의원에 대해서는 “4선이나 된 의원들이 정치를 잘못 배웠다. 문재인정권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못하고, 자기당 대표나 흔들고 있다”고 일갈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홍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 전에 절대 물러나지 않겠다. 나를 몰아낼 방법도 없다”고 강조했다.

홍 대표는 또 “부당하게 나를 공격하니까, 나도 반격을 하는 것”이라며 “부당한 공격에 맞서 나도 친위대를 구성하겠다”고 말했다. 홍 대표의 ‘친위대’ 발언 이후 홍 대표의 측근 이종혁 최고위원과 강효상 의원은 친박(친박근혜)과 홍 대표 비판세력을 비난하는 페이스북 글과 입장문을 각각 발표했다.

홍 대표는 페이스북 정치를 자제해 달라는 한 의원의 요구에 “공격을 받아도 나보고 가만히 있으라는 얘기냐”라고 반박했다고 한다.

비공개 회의에 참석했던 한 의원은 “홍 대표가 의원들의 일부 질문에 큰소리로 답하는 등 상당히 예민하게 반응했다”고 말했다.

다른 의원은 “홍 대표의 강공 방침으로 한국당 내분은 더욱 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