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엔 곁에 없을 테니”… ‘개의 해’ 맞이하는 반려견들

입력 2017-11-29 17:43
사진=NHK 웹사이트 캡처

2018년 무술년(戊戌年)은 즉 ‘개의 해’다. 십이간지 ‘무(戊)’가 상징하는 색은 황금색이므로 더 정확히는 ‘황금 개의 해’다. 반려견 가구가 늘어나는 가운데, 12년에 한 번 돌아오는 ‘개의 해’를 준비하는 일본 반려견주들의 모습을 NHK방송이 28일 전했다.

◇내 반려견을 위한 맞춤형 비단 옷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는 내년 ‘개의 해’를 준비하는 반려견주들이 찍은 반려견 사진들이 올라오고 있다. 예쁜 옷을 입고 찍은 사진, 화려한 세트장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들이 주로 올라온다.

이런 흐름에 맞춰 반려견의 맞춤옷을 제작 가게들이 성업 중이다. 도쿄의 ‘나호밀리(Nahomilly)’라는 가게에서는 8명의 직원이 반려견을 위한 기모노 등을 맞춤 제작하고 있다. 원단 종류만 1000가지가 넘고, 옷감도 사람이 입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전국의 반려견주들에게서 주문이 잇따르면서 직원들은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사진=일본 NHK 웹사이트 캡처

한 반려견주는 반려견 ‘리본’을 위해 고급 비단 옷감을 골랐다. 옷에 달린 띠도 반려견의 이름을 따 리본 모양으로 만들고, 머리 장식까지 더하면서 총 4만엔(약 38만6560원)이 들었다. 이 여성은 “리본은 소중한 가족이니까 옷도 좋은 것으로 입히고 싶다”고 말했다.

14년째 영업 중인 나호밀리 대표 노케 나호미씨는 “지난 ‘개의 해’에는 반려견의 옷을 맞추러 온 손님이 많지 않았다”며 “이번에는 반려견주들이 늘어났고 원하는 것도 많은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들이) 새해가 오기 전에 옷을 받길 원하기 때문에 직원들이 시간을 맞추기 위해 매우 바쁘다”고 말했다.


◇SNS ‘개 친구’ 이어주는 연하장

불황에 빠진 일본 우편업계는 이 열기를 기회로 보고 있다. 최근 연하장 판매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개의 해’를 맞아 소셜미디어와의 협업을 해 연하장 사용을 촉진한다는 계획이다.

그중 하나가 트위터나 라인 등 소셜미디어로만 아는 ‘견우(犬友, 반려견을 통해 연결된 친구)’들을 연하장으로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계정 아이디만 알고 본명이나 주소를 몰라 연하장을 보낼 수 없는 경우에 우체국이 둘 사이를 연결해주는 것이다.

반려견 사진 투고 캠페인도 진행 중이다.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에 “#새해복많이”(#みんなで戌年賀)라고 해시태그(#)를 달고 반려견 사진을 올리면 우편국 홈페이지에 소개된다. 이중 인기 있는 게시물에 대해서는 반려견의 사진이 담긴 우표를 특별제작해 반려견주에게 보내준다. 캠페인을 시작한 지 1개월 반 만에 약 6500건의 사진이 올라왔다.

◇반려견 사진도 ‘프로’의 손으로

모처럼 반려견의 사진을 찍는다면 ‘프로’의 손으로 찍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반려견주들도 늘고 있다. 어린이 전문 사진 기업 ‘스튜디오 앨리스’는 고객들의 요청으로 5년 전부터 반려견 출장 촬영을 나가고 있다. ‘스튜디오 멍멍 앨리스’라는 이름을 붙여 전국 각지의 반려동물 가게에서 전문 사진작가의 촬영회를 열고 있다.

연하장용으로 반려견의 옷을 대여해주고, 소나무 등을 배경으로 견주와 반려견을 함께 찍어주기도 한다. 벌써 12월 중순까지 촬영회 예약은 거의 꽉 찼다.

반려견 전문 사진관까지 등장했다. 도쿄 네리마구의 ‘이상한 나라의 강아지 사진관’이다. 프리랜서 사진가였던 우에다 호타카씨는 취미로 반려견 사진을 찍다가 반려견 전문 사진관을 열었다. 보통 개 1마리 당 3240엔(약 3만1000원)이 든다.

사진=일본 NHK 웹사이트 캡처

◇“이번이 마지막이니까”

‘개의 해’는 12년에 한 번씩 돌아온다. 하지만 반려견주들이 지금 같이 살고 있는 반려견과 또 한 번 ‘개의 해’를 맞이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개의 수명 때문이다.

반려견 전문 사진관에 있던 한 반려견주는 “강아지의 수명은 10년 남짓이라 다음 ‘개의 해’를 이 아이들과 함께 맞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며 “지금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두고 싶다”고 말했다. 인간에게 ‘개의 해’는 12년에 한 번 돌아오지만, 반려견에게는 사실상 처음이자 마지막인 ‘1년’인 셈이다. 이 때문에 내년에는 반려견주들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트렌드가 반려견 시장에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