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50)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29일 네 번째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첫 소환 당시 기자를 향해 ‘레이저 눈빛’을 쐈던 그는 이날 긴 한숨을 내쉬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은 오전 10시 이석수 특별감찰관 등 공직자와 민간인을 불법사찰한 혐의로 우 전 수석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예정시간보다 10분 빠른 오전 9시50분쯤 서울 서초동 검찰 청사에 도착한 우 전 수석은 기자들과 만나 “하아”라며 긴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러면서 “지난 1년 사이 포토라인에 네 번째 섰다. 이게 제 숙명이라면 받아들이고 헤쳐나가는 것도 제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추명호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에게 불법 사찰을 지시하고 ‘비선 보고’ 받은 혐의 등을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검찰에서 충분히 밝히겠다”고 했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이 이 전 특별감찰관과 문화체육관광부 고위공무원, 이광구 우리은행장 등을 불법사찰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앞서 추 전 국장은 검찰 조사에서 “우 전 수석의 지시로 이 전 특별감찰관 뒷조사를 했고, 이를 우 전 수석에게 보고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우 전 수석은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 전 수석이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검찰 특별수사팀은 지난해 11월 개인비리 혐의로 우 전 수석을 처음 소환했다. 하지만 우 전 수석은 피의자 신분이면서도 담당 검사 앞에서 팔짱을 낀 사진이 포착되는 등 ‘황제 소환’이란 비판이 나왔다. 수사팀은 우 전 수석 기소 여부도 결정하지 못한 채 사건기록을 박영수 특검팀에 넘겼다.
바통을 넘겨받은 특검팀은 지난 2월 국정농단을 묵인·방조한 혐의로 그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지난 4월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청구한 구속영장도 기각되면서 우 전 수석에게는 ‘우꾸라지(우병우+미꾸라지)’라는 별명도 붙었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을 상대로 이 전 감찰관 등 공직자와 민간인을 사찰하도록 지시하고 보고받았는지 여부를 캐물을 예정이다. 검찰은 세 번째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중이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