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새벽 기습 발사’ 기획한 듯… 친필 서명에 “용감히 쏘라”

입력 2017-11-29 13:46 수정 2017-11-29 17:49
북한 조선중앙TV는 29일 중대보도에서 ‘화성 15형’ 발사를 승인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친필 서명을 공개했다. 조선중앙TV 화면촬영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5형’ 발사를 직접 서명해 승인했다. 김 위원장은 서명에 “당과 조국을 위해 용감히 쏘라”고 적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29일 낮 12시30분 중대보도를 통해 “새 형의 대륙간탄도로켓 ‘화성 15형’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며 “지난 7월 발사한 ‘화성 14형’보다 전술적, 기술적 특성이 훨씬 우월하다. 로켓무기 개발 완결단계에 도달한, 가장 위력한 대륙간탄도로켓”이라고 밝혔다.

중대보도는 북한에서 방송을 통해 발표하는 보도 형태의 성명이다. 조선중앙TV와 평양방송은 앞서 평양시간으로 낮 12시, 한국 시간으로 낮 12시30분 중대보도를 예고했다. 이번에도 분홍색 한복을 입은 리춘희 아나운서가 중대보도문을 낭독했다.

리 아나운서는 “‘화성 15형’에 미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초대형 중량급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다”며 “김정은 동지는 새 형의 대륙간탄도로켓 시험발사 성공을 지켜보며 오늘 비로소 핵무력 완성의 대업, 로켓강국의 위헙을 실현했다고 선포했다”고 전했다.

조선중앙TV는 책장을 등진 집무실 책상에서 서명하는 김 위원장의 사진, 그의 친필 서명을 화면에 띄웠다. 김 위원장은 서명에 ‘시험발사 용인한다. 11월 29일 새벽에 단행! 당과 조국을 위하여 용감히 쏘라!’고 적었다. 서명일은 지난 28일이었다.

북한의 이례적인 새벽 도발이 김 위원장 선에서 결정됐다는 사실을 서명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간 ‘임의의 시각, 임의의 장소’를 여러 차례 호언했던 북한은 기습적인 미사일 발사로 한국 미국 일본 중국의 허를 찔러 무력을 과시할 목적으로 새벽 도발을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

합동참모본부는 “오전 3시17분 북한 평안남도 평성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미사일이 발사됐다“고 밝혔다. 합참은 이 마시일이 지구 상공 4500㎞에 도달했고, 낙하지점까지 960㎞를 이동한 것으로 분석했다. 도달 고도는 국제우주정거장 높이(400㎞)의 11배, 대기권 최상단(1000㎞) 높이의 4.5배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지난 9월 15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 12형’을 발사하고 76일 만에 이뤄졌다. 올해 16번째다. 조선중앙TV는 중대보도에서 발사 시간을 ‘새벽 2시48분’이라고 밝혔다. 평양시간에 한국 시간을 적용하면 발사 시간은 오전 3시18분으로 합참이 파악한 시점과 유사하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