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소녀시대의 멤버 태연(28)이 28일 오후 서울 강남구에서 3중 추돌 사고를 냈다. 이 가운데 자신이 피해자라고 주장한 A씨가 사고 당시 태연에게 ‘연예인 특혜’가 제공됐다는 내용의 글을 SNS에 게재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러나 29일 오전 사고 당시 현장에 갔던 견인기사가 이를 반박하는 내용의 글을 올리면서 사건의 진위 여부를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 사고 발생 당시 상황은?
사고는 이날 오후 7시 40분쯤 서울 지하철 7호선 학동역에서 논현역 방향으로 가는 3차선 도로 중 1차선에서 발생했다. 태연이 몰던 벤츠 차량이 신호대기 중이던 K5 택시를 들이받았고, 그 충격으로 택시가 바로 앞 아우디차량과 부딪혔다.
사고 발생 몇 시간 뒤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는 “개인 일정으로 이동 중이던 태연의 운전부주의로 교통사고가 발생했다”며 “상대 차량 운전자 및 승객분들에게 죄송한 마음이며 사고 처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태연은 교통 사고에 대한 조치 후 귀가해 안정을 취하고 있으며 다친 곳은 없는 상태”라며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 피해자 A, SNS에 불만 토로
이날 오후 10시쯤 태연이 들이받은 택시에 탑승하고 있던 피해자라고 주장한 A씨가 인스타그램에 사고 당시 영상과 함께 장문의 글을 게시했다. 해당 글에는 “(출동한 구급대원이) 가해자가 유명 여자 아이돌이라는 이유인지, 가해자 먼저 태워서 병원 가려고 피해자들더러 기다리라고 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A씨는 또한 “택시 아저씨 목 부근에서 피가 나는데 그냥 까진 거라고 괜찮다고 했다”며 “택시 아저씨가 안정할 수 있도록 구급차에 잠깐 앉아있으면 안되냐고 물었더니 가해자 타야 한다고 구급차조차 못 타게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가해자(태연)는 나와서 괜찮냐고 물어보더니 부하 직원 격려하듯 어깨를 툭툭 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병원에 온 후의 상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응급실에 왔더니 구급대원 하나는 사진이라도 찍었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히히덕 거렸다”며 “사람을 살린다는 사람들이 사고 난 환자들 앞에서 웃고, 유명인 먼저 챙긴다니 멋지네요. 유명세와 인기인이 좋은 거네요”라고 구급대원들의 태도를 지적했다. 또한 이후 한 차례 글을 수정해 음주 측정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 글이 퍼지면서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연예인 특혜 논란’이 불거졌다.
◇ 견인기사 B, 반박글 게재
사고현장에 출동한 견인차량 운전기사 B씨가 A씨와 상반된 주장을 가지고 나와 논란은 더 커졌다. B씨는 페이스북에 사고 현장 사진과 함께 글을 게재했다. 자신이 출동했을 때는 태연이 보험 접수 중인 상황이었으며, “태연은 매니저 차량을 타고 병원으로 이동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경찰이 오자마자 음주측정을 했고, 음주는 아니었다”며 음주 측정을 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반박했다.
또한 “택시 기사분도 피가 보였지만 구급차 이용보다는 차 보험 접수에 정신이 없었다”며 “괜찮다며 구급대원을 물러가게 했다”고 밝혔다. B씨는 “많은 오해가 있어서 한번 적어봤다”며 글을 맺었다.
두 사람의 주장이 엇갈리면서 논란은 커졌고, 비난성 댓글이 달리자 A씨는 이날 인스타그램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 경찰·구급대원, 계속되는 논란에 당시 상황 설명
피해자 A씨가 “태연의 음주측정이 시행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경찰 측은 “음주감지가 돼야 음주측정을 시행한다”며 “태연의 경우 음주감지가 되지 않았으므로 측정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당시 출동했던 강남소방서의 한 관계자는 피해자 대신 가해자였던 태연을 먼저 태운 것에 대해 “태연이 가슴 통증을 호소해 응급환자로 보고 먼저 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태연의 상태를 확인한 후 피해자들을 구급차로 태워 병원으로 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 피해 택시 동승자 C씨, 상황 재설명
연예인 특혜 논란을 가장 먼저 제기한 A씨에 대한 비난성 여론이 커졌다. 29일 오전 한 커뮤니티에는 자신을 ‘태연 관련 글을 SNS에 쓴 동료직원과 같이 택시를 타고 있었던 사고 당사자’라고 밝힌 C씨가 글이 올라왔다.
C씨는 “현재 목에 깁스를 해서 타자 쓰는 것이 불편하고 또 가해자분이 유명인이라 글을 올릴지 말지 많이 망설였다”며 “다만 가해자의 부주의로 인해 사고를 당하고 다친 건 분명 저희인데 팬분들이 동료의 인스타 계정과 개인 메일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을 하고 있어서 글을 올리게 됐다”고 글을 쓰게 된 이유를 밝혔다.
그리고 “해당 사고 처리 현장의 몇몇 분의 이해하기 힘든 행동으로 인해 글을 올리게 되었음을 먼저 분명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당시 동료가 격앙된 상태에서 글을 올리긴 했지만 분명한 건 피해자 입장에서 그 글은 분명 사실이었다”며 “더불어 사고 당시, 사고 직후 그리고 지금까지 가해자에게서 (소속사 입장을 제외한) 그 어떤 죄송하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C씨는 이후 “구급대원과 경찰 분들이 도착한 후 아무도 저희와 택시기사 아저씨를 신경쓰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고 가해자만 유독 챙기셔서 ‘육안으로 보기에는 멀쩡한데, 정말 많이 다쳤거나 아니면 음주운전 사고인가? 젊은 여자가 좋은 차를 타고 있어서 그런가’라는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리고 “택시기사 아저씨 가슴에서 피가 나는데 현장에 계신 그 누구도 케어하지 않았다는 점도 나중에 저희를 분노하게 했다”고 밝혔다. 또한 “보험처리를 위해 택시기사분이 본인은 괜찮다고 하셨다는 견인기사의 기사는 읽었다”며 “본인이 아무리 괜찮다고 해도 가슴에서 피가 나고 차가 반파가 된 상황에서 아픈 분을 아무도 케어하지 않는다는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C씨는 이어 택시 기사는 자신들을, 자신들은 택시 기사를 구급차에 태워달라고 요청했지만 구급대원이 “제일 뒷차 계신 분(가해자) 먼저 태워야 해요. 다음 엠블란스 오니 그거 타시라고 하세요”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C씨는 동료직원과 자신의 옷에 유리 파편이 들어가 계속 병원에 가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사고 후 약 10-20여분 밖에 방치되어 있었고 그 누구도 어디가 아프냐고 물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앞서 A씨의 글 속에서 태연이 어깨를 툭툭 친 사람은 자신이었다고 밝히며 “태연이라는 걸 몰랐고 젊은 분이 사과 대신 어깨를 쳐서 기분이 매우 상하긴 했다”고 당시 상황을 밝혔다. C씨는 글 말미에서 당시 구급대원 및 경찰분들의 사고 처리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며 악의적인 댓글과 메시지 전송을 중단해줄 것을 부탁했다.
◇ 경찰 “정확한 사고 경위 조사 예정”
경찰은 이번 사고가 전방주시 태만 등 운전부주의로 인한 단순교통사고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찰은 태연과 피해 택시운전사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사고를 목격한 시민 다수가 “태연의 차량 조수석에 검은색 푸들이 (줄에) 묶이지 않은 채로 옷 같은 것에 덮여 있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져 반려견이 교통사고와 관련이 있는지도 살펴볼 예정이다.
한편 SM 엔터테인먼트 측은 28일 밤 발표한 공식입장 외에 사고와 관련한 자세한 사항에 대한 언급을 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소연 인턴기자